주주제안 건수는 지난해 58건서 올해 6월 67건으로
주주 압박에 비상장사 선호하는 경향 늘어
기업 가치 투명성 저해한다는 지적도
칼라일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일본 기업 135곳이 상장 폐지됐다. 10년 전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상장폐지 건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주제안 건수와 비례한다. IR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58건이던 주주제안은 올해 6월 기준 벌써 67건에 도달했다. 2014년만 해도 주주제안은 4건에 불과했지만, 10년도 되지 않아 상황은 뒤바뀌었다.
제이슨 토머스 칼라일그룹 투자전략가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주식 수익률에 대한 압박은 행동주의 주주들을 더 자극하고 있다”며 “일부 경영진은 (주주 대신) 협력사와 함께 기업을 비상장사로 재편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폐지 건수는 앞으로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장폐지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토머스 투자전략가는 “급증하는 상장폐지는 20년 전부터 미국과 다른 선진국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움직임”이라며 “일본 기업의 상장폐지는 더 효율적인 지배구조로의 전환과 자본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영진이 투자자의 감시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상장 폐지를 악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비평가들은 경영진이 스스로 지분을 인수하거나 독점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RMB캐피털의 호소미즈 마사카즈 매니저는 “다른 인수자가 최근 주가보다 60% 더 지출할 의사가 있는데도 인수액이 30% 높은 선에서 거래된다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여러 입찰자가 경쟁하도록 해 가격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