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폐영…'다른 듯 비슷한' 여야 문책론

입력 2023-08-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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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1822>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 자료 살피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 입장해 자료를 점검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3.8.11 hkmpooh@yna.co.kr/2023-08-11 09:37:31/<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여야, 전현 정부·김현숙 정조준…'여가부 존폐'는 쉬쉬
국힘 "책임소재 따질 것…중앙정부 책임전가 안돼"
민주 "尹정권 무능 탓…대국민 사과·국정조사 제안"
국조 무용론도 "朴·文·尹 얽힌 사안…수사로 밝혀야"

총체적 부실 논란을 빚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을 앞두고 여야가 책임자에 대한 고강도 문책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를 추진한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각각 정조준하면서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전·현 정부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인 만큼 용두사미식 정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사고 친 당사자를 제쳐두고 오히려 사고를 수습하려 애쓰는 중앙정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오로지 윤석열 정부 흔들기에만 매진했다"며 "민주당이 그렇게 강조하는 책임 소재는 잼버리가 막을 내리는 대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근본적으로 국제행사를 유치한 지방자치단체가 행사 준비는 뒷전으로 하고 이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일이 앞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를 강조하다가 일이 잘못되면 중앙정부로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권의 태도 또한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2017년 8월 새만금 잼버리 유치 확정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와 행사 주체인 전북도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1000억여원 집행된 잼버리 예산이 주요 관계자들의 수 차례 외유성 출장 등 방만하게 쓰였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행사 직후 지자체와 여가부 등 관계부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감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잼버리는 이날 폐영식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반면 민주당은 잼버리 사태 주 요인을 정부의 무능으로 판단,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비상사태·천재지변·국가 재난사태도 아닌데 온 나라가 동원령으로 난리법석"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압도적 절대 무능과 잔인한 국가 폭력에 우리 국민은 슬퍼해야 하나, 노여워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5개월 내내 무대책, 무대응, 무책임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잼버리 대회 준비와 운영, 사후 수습 과정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며 "사고는 윤석열 정부가 쳤는데 수습은 공공기관의 몫,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 됐다"고 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모두 포함한 국정조사를 제안하기로 했다"며 "국제 행사 파행, 국격 추락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현숙(여가)·박보균(문체)·이상민(행안) 장관 등을 거명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겨냥한 주요 책임 대상은 결이 다르지만,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재부상한 여가부 존폐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잼버리 사태와 여가부 폐지는 연결지을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총선 앞 여성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여야는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설화, 부실 대응 논란을 빚은 김 장관에 대한 문책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여가부 폐지는 대통령 공약이긴 하지만 이 사태와 병합할 문제는 아니다. 방향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며 "(김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문책해야 한다. 전체적 진상조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김 장관의 책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5명 중 3명이 윤석열 정부 장관인데 여가부에만 폐지 이야기를 하는 건 정부 공약인 여가부 폐지론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격화하는 여야의 책임 공방이 단순 정쟁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현 정부 실책이 맞물린 사안인 만큼 국정조사를 해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잼버리는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 자부심에 상처를 낸 사건으로, 총선에서 여야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며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여서 국정조사를 해도 현 정권 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하더라도 특별히 뭘 밝히기도 힘들다. 다만 총선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조사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정조사나 청문회는 대개 결론이 없다. 거의 정치적인 공방으로 서로의 책임을 상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결국 냉정한 수사를 통해 부정 부패, 업자와 공무원·정치인의 유착, 혈세 유용 등이 드러났을 때 처벌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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