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이 내놓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액이 출시 한 달 만에 1조2000억 원을 돌파했다. 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가입 요건으로 연령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청년을 위한 초장기 대출 상품이다.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하락해 대출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 은행들이 가입 연령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DSR 우회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지난 10일 기준 약 1조2379억 원으로 집계됐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연초 SC제일은행과 수협은행이 먼저 내놨다. 그러다가 지난달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합류하면서 현재 10여개의 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다. 농협은행이 지난 7월 5일, 하나은행이 7일, 국민은행이 14일, 신한은행이 26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여기에 이달 14일부터는 우리은행이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한다. 우리아파트론과 우리부동산론(주택 담보에 한정), 우리WON주택대출, 주거용집단대출(분양아파트 입주자금대출, 구입자금대출) 등이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과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에 한해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주담대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주별 DSR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다보니, 50년 만기와 같은 초장기 상품을 원한다. 은행 입장에서도 초장기 상품의 경우 월 상환액은 줄지만 전체 이자 규모는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최근 가계부채가 재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679조8893억 원으로 7월 말(679조2208억 원) 보다 6685억 원이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담대는 같은 기간 512조8875억원에서 514조1174억 원으로 1조2299억 원이 증가했다.
특히 4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잔액은 3000억~4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전체 주담대 중 금액 기준으로 절반가량이 50년 만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금융당국은 초장기 만기 상품이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점검할 예정이다. 더불어 50년 만기 상품에 연령 제한을 도입할 방침이다. 대출 상한 연령은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한은행만은 판매잔액이 3억 원대에 불과한데, 이는 유일하게 대출신청일 기준 만 34세 이하 조건을 달아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정책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 중 50년 만기의 가입연령이 만 34세 이하로 제한된 점을 감안해 50년 만기 주담대도 가입연령을 제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0대 후반 고객이 50년 만기로 대출받은 경우도 있다"며 "고객들이 더 많은 대출금을 받기 위해 DSR 적용에 유리한 50년 만기로 신규대출을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