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디커플링에 지갑 닫는 해외 기업들…2분기 대중국 투자 사상 최저

입력 2023-08-13 15:17수정 2023-08-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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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폭은 87%로 역대 최대
작년 2분기부터 50% 이상 급감 행진
미중 긴장·대외 개방 의구심에 발목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속에서 해외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 열기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3일 외국 자본의 2분기 대중국 직접투자액이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의 2분기 대내 직접 투자는 49억 달러(약 6조5268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급감했다. 금액이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은 물론 감소 폭도 역대 최대였다.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의 감소 폭을 기록하면서 계속 침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상하이를 봉쇄하는 등 고강도 방역 대책 ‘제로 코로나’를 추진한 여파로 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서고 있음에도 투자 냉각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격화가 대중국 투자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320여 개 회원사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시장 내 가장 큰 사업 리스크로 ‘미·중 관계 긴장(66%)’을 꼽았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 우방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 쇼어링’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9일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해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해당 분야에서 대중국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은 사전에 의무적으로 투자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합작 사업에 의한 신규 투자도 대상이어서 대중국 투자가 한층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9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시안(중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대외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앞으로 3년간 중국의 대외개방이 더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에 그쳤다. 61%였던 2년 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가하마 도루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개정된 ‘반간첩법(방첩법)’ 영향으로 무역이나 투자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를 넓히고 처벌을 강화한 새 반간첩법을 시행했다. 해외 기업에는 언제 자사 직원이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는 올해 리오프닝 원년을 맞이했음에도 디플레이션 흐름을 타고 있다. 성장을 이끌어 온 부동산 시장은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노동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자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지만 필요한 장치와 부품의 해외 조달이 막혔다.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 속도가 떨어지면 중국 경제의 침체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위험도 있다. 닛케이는 “외자 이탈이 가속화해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침체에 빠지면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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