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 전망에 뚜렷한 온도차...中경기 부진 심화 최대 악재로 꼽아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놓고 국책연구기관·정부와 민간연구기관이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1.5%를 유지하고, 정부 또한 6개월 만에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됐다고 진단한 반면, 한국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 부진이 지속돼 1% 초반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하고 있어서다.
15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KDI는 10일 '경제전망 수정' 발표를 통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1.5%)와 동일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의 경제성장률 실적치가 KDI의 기존 전망에 부합했고, 하반기에도 기존 전망치와 유사한 속도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란 게 KDI의 분석이다.
특히 경기 회복의 관건인 수출의 경우 중국 경제의 불안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의 하방 위험이 개선돼 종전 0.7%에서 1.4%로 0.7%포인트(p)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증가율은 -1.1%지만 하반기에는 3.8%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2월부터 경제가 둔화 국면에 있다고 판단했던 정부도 이달에는 6개월 만에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우리 경제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나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정부는 줄곧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해왔다.
근거로는 수출 개선 흐름을 꼽고 있다. 계속 감소하던 반도체 수출 물량이 올해 6월엔 21.6% 늘고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게 정부의 예측이다.
이와는 달리 민간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1일 '올해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다.
내수 부문의 성장률을 보면 민간소비가 2.1%에 그치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각각 -2.3%, -0.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성장률의 경우 0.1%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주요국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중국 경제 부진을 미국 등 글로벌 경제 개선이 상쇄시켜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KDI의 예측과는 상반된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경연보다 낮은 1.2%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소비 및 투자 부진, 수출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전반적인 경기 반등 분위기 조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올해 경제 성장에 대해 정부 기관과 민간기관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은 현재의 중국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선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금 중국 경기가 안 좋아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것이 효과가 없다면 우리 성장세도 큰 폭으로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 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자칫 1%초반대 성장률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