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ㆍ오뚜기ㆍ삼양, 잇달아 매운 라면 신제품 출시
MZ세대 '매운맛 도전' 문화도 영향
라면 업계가 올 여름 '매운맛' 전쟁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불닭볶음면, 킹뚜껑 등 히트 상품이 나오고 MZ세대에서 '매운맛 도전'이 하나의 K문화로까지 확산하면서, 각사는 서로 더 화끈한 맛을 선보이려 애쓰고 있다.
15일 라면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14일부터 '신라면 더레드'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신라면 더레드는 기존 신라면의 매운맛을 한층 더 강화한 제품이다.
스코빌 지수는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는다. 이는 농심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너구리(6080SHU)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스코빌 지수는 매운맛을 측정할 때 흔히 사용하는 지표로,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수치화한 지수다.
매운맛의 대명사로 통하는 삼양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가 4400SHU인데, 이보다 신라면 더레드가 더 매운 것이다.
오뚜기도 자사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해 색다른 매운맛인 '마열라면' 봉지면을 이달 16일부터 판매한다. 용기면은 9월 선보인다.
마열라면의 맵기 정도는 열라면과 비슷하지만 알싸한 마늘과 톡 쏘는 후추가 더해져 새로운 매운맛을 경험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양식품 또한 베트남산 고추로 기존 제품보다 맵기를 4배 높인 '간짬뽕 엑스'를 최근 출시했다. 맵기는 불닭볶음면과 비슷한 수준이다.
라면 업체들이 이처럼 더 화끈한 맛을 찾는 것은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일부 매운 라면들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특히 불닭볶음면 해외 인기 덕에 삼양식품은 올 2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배경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해외 매출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가장 매운 컵라면인 팔도 '킹뚜껑(2021년 출시)'도 5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하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킹뚜껑 스코빌 지수는 1만2000SHU다.
매운 맛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뜨겁다. 빅데이터 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국내 봉지라면 브랜드 관심도 순위에서 불닭볶음면은 신라면(1위), 짜파게티(2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판매량이 5위권 밖인 점을 고려할 때 화제성은 더 높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매운맛이 1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이에 따라 소비자 기준이 높아지면서 더 강력한 맛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한다. 실제 농심의 신라면 더레드 출시 배경에는 신라면보다 매운 라면을 만들어 달라는 소비자 요청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매운 라면을 '도전의 대상'으로 보고 이를 극복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매운 라면 신제품이 계속해서 출시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름철에는 '이열치열' 문화로 매운맛을 찾는 수요가 있어 최근 들어 관련 제품이 더욱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