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 연사로 참여한 장호기 PD는 “’피지컬: 100’은 정말 최소한의 자막만 썼다”면서 “한국 예능에서 자막은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너무 많은 배경 지식이 필요하고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자막 밑에 번역된 외국어 자막까지 붙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화면을 다 덮는 텍스트는 방해 요소이기에 (콘텐츠의) 본질적인 재미를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작품 내에서 과감하게 자막을 제거한 이유를 설명했다.
출연진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셀럽’도 배제했다”고 했다.
실제 ‘피지컬: 100’에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등 몇몇을 제외하면 전체 100명의 출연진 중 이름이 알려진 이는 많지 않았다. 대신 신체능력에 자신 있는 운동 선수, 유튜버, 일반인 등을 고루 섭외했다.
장 PD는 “유명인이 출연하면 그들에 기대 콘텐츠가 흘러가게 마련인데, 해외에서는 그게 누군지도 모를 테고 사람들이 왜 (유명인 등장에) 박수를 치는지도 이해를 못 할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청 타깃을 확장해서) 보면 필요 없는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품질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장 PD는 “넷플릭스 담당자를 만났을 때 어느 누가 봐도 크게 어려움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할머니가 실내에서 와인을 먹으며 보더라도 공감하게끔 만들었다”고 전했다.
MBC에서 시사교양 PD로 일해온 장 PD는 ‘피지컬: 100’의 큰 성공 이후 회사를 나와 갤럭시코퍼레이션 소속으로 자체 제작사 ‘스튜디오 27'을 차리고 활동 중이다.
장 PD는 “아무리 (방송을) 잘 만들고 재밌게 해도 한계가 있더라”면서 “나조차도 집에 TV 없는 것처럼 요즘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TV 없이 살거나, TV가 있다고 해도 방송국의 송출 프로그램을 따라가기 위해서가 아닌 ‘가장 큰 기계’로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OTT를 보는 데 활용한다”고 했다.
이런 여건에서 “‘화요일 밤 11시 TV 앞에 앉아주세요’와 같은 (방송국 PD로서의 요구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생각에 많은 고통을 느꼈다”고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장 PD는 ‘피지컬: 100’ 시즌 2를 촬영 중이다. 내년 공개를 앞둔 가운데 지난주 경기 일산에 설치한 세트장에서 언론공개회를 열고 시즌2를 설명하는 등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장 PD는 “시즌3과 4는 아시아의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큰 버전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IP는 넷플릭스가 전부 가져가게 돼 있지만 내게는 ‘피지컬: 100’ 참가자가 있고, 내가 만든 여러 세계관 있는 만큼 그걸 활용해 또 다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