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비식용 피복작물 개발 활발히 진행 중
“피복작물은 탄소중립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 있어”
옥수수와 대두의 농한기에 말냉이를 재배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커버크래스(CoverCress)의 마이크 드캠프 최고경영자(CEO)는 “말냉이는 토양 침식을 막을 수 있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피복작물”이라고 강조했다. 10년에 걸친 품종 개량과 유전자 조작으로 말냉이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 연료의 원료로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피복작물은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과수 사이나 계절적 작물 사이에 재배되는 작물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옥수수와 대두를 대체할 바이오 연료 공급원으로 말냉이 같은 비식용 식물이 각광받는 현상을 조명했다. 기후변화로 탄소 배출 감축이 절실해지고 식량 부족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비식용 작물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형 석유회사들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비식용 피복작물 개발에 뛰어드는 중이다. 영국 최대 석유회사 BP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 연료 공급을 위해 지난해 누시드 카리나타 오일을 가공하고 판매하기로 했다. 독일의 대규모 종합화학회사 바이엘은 커버크래스의 지분율을 65%까지 확대했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글로벌클린에너지홀딩스와 다년간의 계약을 체결해 카멜리나로 만든 재생 디젤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비식용 작물을 재배하는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은 농부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가는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기업이 결정한 비료 사용 시기와 방법에 따라 재배한다. 농가는 자신들이 작물 재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없고 다른 상품 작물과 재배 기간이 겹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피복 작물을 기르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피복 작물을 연구하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존 세드브룩 유전학 교수는 “농부들은 실현되지 않은 유지종자 식물에 대한 많은 약속을 들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이며 회의적”이라며 “잠재력을 크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작물 개발 방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유전자변형 농수산물(GMO) 재배가 식품의약국(FDA), 환경보호청(EPA) 등의 규제를 받기는 하지만 합법이다. 그러나 유럽 지역에서 GMO 재배는 대부분 금지돼 있다. 말냉이는 자체 DNA를 편집한 식물로 외부 DNA를 인위적으로 결합해 품종을 개발한 GMO와 구분되지만, 역시 제재 규정으로 인해 재배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다.
항공산업은 바이오 연료의 수요가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폐식용유 및 동식물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생산하는 항공유지속가능항공유(SAF)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1년 SAF 생산량은 1억 리터(L)였다. 항공업계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해선 약 4490억 리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IATA는 지난해 SAF를 연료로 사용한 항공편은 전체의 1.5%에 불과한 45만 편으로 추산했다.
미국 유나이티드에러라인스홀딩스의 로렌 라일리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는 “현재 연료의 탈탄소화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육상 운송과 같은 다른 시장을 생각해 보면 전기차는 강력한 대안이다. 항공 분야에는 이와 비슷한 기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복작물은 우리가 탄소중립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