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판을 뒤엎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집값 반등이 시작되면서 온기가 확산하는 데다 GTX 노선이 하나, 둘 본궤도에 오르자 GTX 수혜지역 부동산 시장도 재차 들썩이고 있다. 특히, 내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A노선과 연내 착공이 가시화된 C노선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GTX 노선 중 최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노선은 A와 C노선이다. A노선은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운정역)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삼성역)을 거쳐 경기 화성시 동탄까지 잇는 노선이다. ‘삼성~동탄(재정)’ 노선은 내년 상반기, ‘운정~삼성(민자)’ 노선은 내년 하반기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C노선은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 시작해 서울 청량리와 삼성역을 거쳐 경기 서남부 지역을 관통한다. 경기 양주 덕정역부터 수원역과 안산 상록수역까지 연결한다. C노선은 지난달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심의위원회(민투심)를 통과하면서 연내 착공에 ‘파란불’이 켜졌다.
특히 이 노선은 서울 창동역과 청량리역을 거쳐 삼성역까지 이어져 서울 안에서도 기대감이 큰 노선이다. 도봉산역부터 창동역까지 5㎞ 구간은 지하화도 최종 결정돼 인근 개발 효과도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밖에 B노선은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내 인천대입구역부터 경기 남양주시 마석역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이 구간 중 ‘용산~상봉’ 구간은 재정사업으로, 그 외 구간은 민자로 추진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해당 노선의 ‘민간투자대상사업 지정 및 시설사업기본계획(RFP)’을 고시했으며 내년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D노선은 경기 김포시 장기역부터 부천을 잇는 노선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GTX가 경기 외곽지역의 서울 강남권 접근성을 높이는 만큼 집값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GTX 건설로 경기지역의 서울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는 효과는 확실하다”며 “동시에 주택값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해당 노선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인원을 실어 나를 수 있느냐를 보는데 GTX는 이 요건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GTX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집값은 GTX에 100% 의존한다기보다, 집값 상승 때 상승세에 탄력을 더해주고, 하락 때는 하락 폭을 줄여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강남으로 연결되는 GTX 노선 주변 지역 수요가 더 많아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노선은 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 정부가 내년 개통을 공식화해 호재가 가장 뚜렷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A부터 D까지 언급되지만, 건설 중인 것은 A노선뿐”이라며 “사실 B나 C노선은 (A노선보다) 설익은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건설 청사진만 보고 투자하는 단계라 해당 노선 주변 집값이 시세나 기대 가치보다 과하게 올라가기도 하고, 예상치를 벗어나 하락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더 심하다”고 분석했다.
A노선은 첫 삽을 일찌감치 떠 실제로 완공을 앞둔 사업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면적 84㎡형은 2021년 7월 최고 9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1월 6억2000만 원까지 하락했지만, 이달 9일 7억7000만 원까지 올라 전고점 회복에 한 걸음 다가섰다. 또 ‘동탄역 시범 우남퍼스트빌’ 전용 84㎡형 역시 최고가 14억 원 기록 후 하락한 뒤 지난 6월 12억3000만 원 선을 회복했다.
반면, GTX C노선 인근 지역은 ‘롤러코스터’급 집값 급등락을 보인다. C노선이 지나는 경기지역 중 기대감이 가장 큰 인덕원역 일대 단지의 급등락세가 가파르다.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는 국민평형(전용 84㎡형) 기준으로 2021년 6월 16억3000만 원에 최고가 거래된 바 있다. 하지만, 집값 급락에 거래절벽이 겹치면서 올해 2월 최고가의 절반 수준인 8억4000만 원에 손바뀜됐다가 지난달 기준 최고 12억5000만 원에 실거래되면서 반등세를 보인다.
청약 시장에서도 인덕원 일대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지난 5월 30일부터 청약받은 경기 의왕시 ‘인덕원 퍼스비엘’은 최고 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정당계약 후 9일 만에 완판됐다. 이 단지는 전용 84㎡형은 최고 분양가가 10억7900만 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GTX C 노선 기대감에 수요가 대거 몰렸다. 반면,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인덕원역 인근에 분양한 단지는 연일 미달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이렇듯 GTX 개통 기대감으로 큰 폭으로 오른 경기 북부나 인덕원 일대 단지는 하락 폭도 그만큼 크다. 전문가는 GTX 개통 호재만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GTX 개통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집값에 지나치게 선반영된 부분이 있다. 집값의 ‘오버슈팅’은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서울 핵심지 가격보다 비싼 경기지역 단지는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GTX 노선 개통 지연 우려도 크다. 당장 공사가 진행 중인 A노선의 내년도 개통에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동탄’ 구간 공정률은 73.6%, ‘운정~삼성’ 구간은 64.8%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시험 운전 기간(3개월 이상)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개통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다만, 국토부는 “GTX A노선 중 상반기에 개통할 예정인 수서~동탄 구간은 목표 대비 높은 수준의 공정률을 확보하는 등 공정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고, 현재 안전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증하기 위해 관계기관 및 전문가와 함께 종합 시험운행을 빈틈없이 준비하는 등 적기 개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