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MMF 평균 수익률 5.15%, 1999년 이후 처음
정크본드, 배당 높은 주식 등에도 투자 몰려
10년 넘게 지속한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추세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주식에 대안 없다’는 오랜 패러다임을 뒤집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 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최근 5주 동안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펀드에서 116억 달러(약 16조 원)를 순매도하고 머니마켓펀드(MMF)를 911억 달러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MMF는 유가증권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뮤추얼 펀드 일종으로, 은행 못지않게 안전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투자 대상은 주로 국채와 같이 고품질 유동성 자산이며 때에 따라 단기 기업 부채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증시 폭락으로 큰 타격을 받은 후 안전하게 5%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현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에 MMF 인기도 하늘을 찌르듯 치솟고 있다. 올해 미국 내 100대 과세 대상 MMF의 평균 수익률은 5.15%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로 올랐다. 그 결과 MMF 자금은 25% 이상 증가한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워싱턴D.C.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투자자 키스 해그는 “내 모든 투자 경험은 저금리 환경에서 이뤄졌고, 수익률 낮은 계좌에 현금을 넣어두는 것의 중요함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며 “그러나 최근엔 MMF 수익률이 상승함에 따라 이곳에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높은 국채나 정크본드, 배당 수익률 높은 주식 등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현재 2029년 만기 정크본드 규모는 1조6000억 달러를 넘는다. 시장은 늘어난 수요 속에 기업들이 물량을 재융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지면서 현금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정크 자산에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며 “만기가 도래한 기업들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배당 주식도 인기다. 수년 동안 S&P500 종목의 절반 이상이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보다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했다. 최근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고배당 종목도 줄었지만, 여전히 AT&T와 같은 일부 대기업은 고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게다가 S&P500지수가 이달 들어서만 4.8% 하락하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빅테크에서 고배당 주식으로 옮겨가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