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리스크 크지만, 매파 발언 이어갈 듯
유상대 신임 한은 부총재 "환율 변동성 줄어 들 것으로 기대"
“3.5%가 끝이 아닙니다. 추가적으로 한 차례 정도 인상할 여지가 있습니다.”
올해 열린 5차례 기준금리 결정 이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결같이 이런 늬앙스의 발언을 했다. 1월 0.25%포인트(p) 인상과 2·4·5·7월 동결 결정을 내린 후에도 같았다.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해 물가가 다시 치솟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유력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역시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두는 매파적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제유가 상승 등 여전히 소비자물가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크고, 최근 가계부채도 다시 불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여전히 긴축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에 따른 우리나라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게 변수다. 특히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경우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발언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며, 대외적으로는 추가 긴축 경계,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매파적 성향 표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 요인으로 일컬었던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 관리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전히 금리 인하 가능성은 차단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간 매분기 수정경제 전망에서 상향 조정했던 물가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한은은 이전의 매파적인 톤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인플레 리스크에 따른 미 연준의 추가 긴축 부담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 어떤 발언을 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환율“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금리격차, 외환시장 불안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예하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이 미 연준의 긴축에 따른 자산 유출 우려보다는 중국발 경기 부담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위축이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된다”며 “이를 고려하면 추가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겠으나, 매파적인 톤을 유지하는 정도의 정책을 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취임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다”며 “환율의 경우, 최근 지나친 변동성은 앞으로 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