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한도 소진되면 판매 종료…나이제한 검토에 차주들 혼란 커져
월 원리금 상환 부담액이 적어 대출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출시 두 달 만에 판매가 중단되거나 나이 제한이 검토되면서 차주들의 ‘막차 타기’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대출 상품에 변동이 있으면 차주들의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8일 기준 1조6443억 원으로, 취급건수는 6120건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5일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선보였고, 하나은행이 같은 달 7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4일과 26일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14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출시되자마자 대출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존 주담대와 금리 차이가 크지 않는 데다 주담대 만기가 늘어나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연 소득의 40%) 내에서 대출액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출시 두 달 만에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 판매를 이달 말 종료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이 상품을 2조 원 한도의 특판으로 기획했다. 시중은행 중 출시가 빠르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고객이 몰리면서 이달 말 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상품 출시 목적이 고정금리 비중 확대였는데 오는 31일이면 한도가 다 찰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접수분까지 실행할 예정이고, 판매재개는 향후 여건을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17일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이 적정했는지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가입연령 제한 등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발표 여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막차 타기’를 고민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정부에서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걸 것 같은데, 빨리 진행하는 게 좋나’, ‘34세 이상인 분은 빨리 신청해라’등의 고민과 상담을 해주겠다는 답글이 달리고 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의 경우 아직까지 판매 중단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과 달리 별도의 판매 한도는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판매 중단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나이 제한 등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Sh수협은행은 34세로 나이제한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출 상품을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가계대출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막차 타기’ 수요에 휩쓸려 급하게 50년 만기 대출을 받는 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50년 만기 대출에 대한 규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문만 무성하면 ‘막차 타기’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다”면서 “대출자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월 상환액이 줄면서 DSR 규제에서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지만, 이자 규모가 늘어난다.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5000만 원인 직장인이 다른 대출 없이 주담대만 금리 4.45%로 받을 때 만기별 대출 가능액은 30년 3억3000만 원, 40년 3억7300만 원, 50년 4억 원으로 늘어난다.
대출 5억원을 가정했을 때 만기별 월 납입액은 30년 252만 원, 40년 223만 원, 50년 208만원으로 내려간다. 반면 이자 총액은 30년 4억670만 원에서 40년 5억7125만 원, 50년 7억4792만 원 규모로 급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