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비 시멘트 31.7%ㆍ임금 11.5% 상승
올해 민간 아파트 공급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부터 주요 건설 원자잿값은 매년 10% 이상씩 오르고, 인건비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건설 원가가 오르면서 건설사 역시 핵심지 이외 지역에선 착공을 꺼리고 있다. 또 수익률 추가 악화가 불가피해 단기간 내 착공 물량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아파트 건설에 주로 쓰이는 보통 시멘트(포틀랜드 시멘트)는 이달 기준 평균 가격은 톤(t)당 11만6600원으로 집계됐다. 일 년 전인 지난해 8월 시멘트 값은 톤당 10만7800원으로 1년 만에 8.2%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인 2021년 8월 가격은 8만8550원으로, 2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31.7%나 급등했다.
또 건설 현장 노동자 인건비도 최근 2년 동안 많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건설협회가 펴낸 ‘2023년 상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공사 직종 평균 임금은 24만4456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 평균 임금은 21만9213원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 23만1044원으로 약 5.4%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5.8% 상승했다. 이에 최근 2년 동안 일반공사 직종 평균 임금은 총 11.5% 올랐다. 이는 전체 (문화재·원자력 등) 직종 평균 임금 상승률 10.5%보다 1%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철근값은 최근 소폭 하락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이달 기준 톤당 100만 원 이하를 기록했지만, 철근값 급등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고장력 철근(SD400)값은 이달 기준 평균 톤당 94만5000원으로 2021년 8월 106만5000원보다 11.3% 하락했다. 철근값은 2021년 1월 톤당 66만5000원 선이었지만, 지난해 6월 118만5000원으로 최대 약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렇듯 주요 건설 원가 상승 행진이 계속되면서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인 국토교통부 ‘기본형건축비’ 역시 인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여기에 다음 달 1일부터 주요 시멘트사는 톤당 기존 10만5000원에서 11만8400원으로 약 13% 인상한다. 건설 노동자 임금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앞선 3월 국토부는 기본형건축비를 지난해 9월 대비 2.05% 인상했지만, 반년 만에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셈이다.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민간 주택 공급도 흔들리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강남에서도 조합과 공사비 갈등이 생길 정도로 건설 원가가 올랐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여전해 일부 수도권 단지를 제외하곤 지방 단지 착공은 줄줄이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사 아파트 착공 규모는 연일 급감하고 있다. 국토부 ‘6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6월까지 전국 누적 착공 실적은 9만2490가구로 전년 동기(18만8449가구) 대비 50.9%나 줄었다. 특히 아파트 착공은 전국에서 6만9361가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물량의 50.4%에 그쳤다.
장기적으로는 건설사 수익 악화도 우려된다. 이미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민간 건설 수주 시장은 쪼그라들고 있다. 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6월 기준 국내 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24.8% 감소한 18조3972억 원 수준이다. 특히 신규 주택 건설 수주액은 이 기간 77.6% 감소해 ‘사무실 및 점포’(20.8%) 등 다른 분야보다 더 큰 폭의 수주 잔액 감소를 기록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민간 건설사는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로 품질·안전 관리 문제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고, 품질 보강을 위한 비용도 더 투입하면 분양가는 더 오를 것”이라며 “공공뿐 아니라 민간도 착공 지연으로 향후 주택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