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통해 최대 100억 달러 조달 목표
알리바바·메타 이어 역대 3위 수준
“소프트뱅크의 ‘호랑이 새끼’ 될 것
스마트폰 시장 불황·ARM 실적 부진은 부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하 소프트뱅크) 자회사 영국 ARM의 미국 나스닥거래소 상장이 임박했다. 2000년부터 투자해왔던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지분을 최근 모두 정리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서는 ARM 상장 성공이 자금조달처 확보 측면에서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ARM은 이날 나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S-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티커 심볼(종목코드)은 ‘ARM’으로 신청했다. 상장 시점은 미정이지만, 시장에서는 9월 중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주 발행 규모와 공모가액이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ARM의 기업가치가 600억∼700억 달러(약 80조~94조 원)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에 상장되는 주식이 전체의 10% 수준일 것으로 보도했다. ARM은 당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80억~100억 달러를 조달할 목표를 세웠다. ARM의 목표가 실현될 경우, 올해 미국 최대 IPO가 되는 것은 물론 알리바바(250억 달러)와 메타(160억 달러)에 이어 역사상 3번째 IPO 조달액을 기록하게 된다.
ARM은 반도체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설계 자산(IP)을 개발하는 업체로, 반도체 기업들은 ARM의 IP를 토대로 제품을 생산한다. ARM의 IP는 특히 전력 효율이 높다는 강점이 있어 배터리 유지시간이 중요한 스마트폰용 부문에서 세계 90%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영국 런던증시에서 18년간 거래됐던 ARM은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240억 파운드에 인수된 뒤 상장 폐지됐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 매각을 추진했다가 각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여의치 않게 되자 미국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최근 연이은 투자 손실로 궁지에 몰려있는 손정의 회장으로서는 재무적인 측면이나 사업 측면으로나 ARM의 상장 성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RM이 다시 상장사가 되면 보유 지분의 유동성이 생겨 자금조달을 위한 담보로서 그 가치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그간 투자처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새로 발굴한 투자처에 자금을 넣는 방식으로 투자해왔으며, 알리바바가 주요 자금조달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6월 기준으로 알리바바의 지분을 전량 정리하면서 새로운 조달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ARM이 알리바바를 대신해 소프트뱅크의 ‘호랑이 새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로 재기를 노리는 손 회장으로서 ARM 상장은 의미가 남다르다. ARM은 AI 수혜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엔비디아가 이달 선보인 차세대 AI 칩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은 ARM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손 회장은 6월 주주총회에서 “비전펀드를 ‘공격 모드’로 전환해 AI 혁명을 주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ARM의 실적에 대한 우려는 부담이다. ARM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부진으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6억7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은 ARM 로열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