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 시청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가족돌봄청년 지원 협약식 사회를 맡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주빈(26) 씨는 이번 사업에 큰 기대감을 표했다. 가족돌봄청년인 이 씨가 꿈꾸던 아나운서가 돼 마이크를 잡기까지 얼마나 힘겹고 외로운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가 배움과 취업으로 바쁠 시기,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뒷바라지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을 돕기 위한 사업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회사365mc, 초록우산, 희망친구기아대책, 효림의료재단,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가 서울시의 뜻에 공감하며 주거·생계·의료 등 실질적 지원책으로 힘을 보탰다.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장애, 신체 및 정신의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고 있는 14~34세의 사람을 의미한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가족돌봄의 무게를 지고 있는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첫 실태 조사를 통해 가족돌봄청년을 900명으로 추정했다. 일반성인이 69%로 가장 많았고, 중·고등학생 16%, 대학생 12%, 학교밖청소년 3% 순이었다.
한창 배우고, 취업을 준비할 나이에 질병이 있는 가족까지 돌봐야 하는 이들은 경제 및 주거비 부담, 고립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응답자 가운데 개인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45%로 절반에 달했다.
서울시는 가족돌봄청년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부분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짐을 짊어진 청년들이 또래처럼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생계, 주거, 의료 서비스 등 현실적 지원이 이뤄질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을 줄여주는 것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한다는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담았다.
이날 협약에 따라 LH는 비닐하우스, 쪽방촌, 고시원, 반지하 등 주거 여건이 열악한 가족돌봄청년과 그 가족에게 안정적인 주거지를 제공한다. 방 2~3개 이상의 신축 임대주택으로, 임대계약 기간은 갱신 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오주헌 LH 서울지역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5월 주거약자동행협약에 따라 참여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청년들의 주택 마련을 서울시에 제안해 앞으로도 약자동행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 치료 전문의료기관인 ‘주식회사365mc’는 학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태블릿PC(2년 무상데이터요금 포함)와 함께 갑작스러운 수술이나 입원 시 사용할 수 있는 의료비 등 연간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희망친구기아대책’은 가족돌봄청년이 학습의료비로 사용하도록 최대 360만 원을 지원하며, 고립감 해소를 위한 가족돌봄청년 자조모임(분기별 30만 원)도 지원한다. ‘초록우산’은 18세 미만 가족돌봄청소년들에게 생계·학습·의료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360만 원(인당), 주거비 항목으로 연간 500만 원(가구당) 한도 내에서 힘을 보탠다.
‘효림의료재단’은 가족돌봄청년의 돌봄 대상자에게 고양시 일산구에 위치한 ‘효림요양병원’에서 1년간 진료·치료·간병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주세호 효림의료재단 관리이사는 이날 가족돌봄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라며 서울시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지원사업별 세부내용 및 신청기준 등을 각기관과 확정해 8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가족돌봄청년지원전담기구’를 통해 신청·접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