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늘 日오염수 ‘방류’ 시작…수산시장 “상인 죽으란 얘기”, 소비자도 “무서워”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건물에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문현호 기자 m2h@)

일본 정부가 오늘(24)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결국 태평양 바다에 방류한다.

방류 하루 전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에는 묘한 전운이 감돌았다. 시장 건물 외부 곳곳에는 ‘정부는 수산인 보호 대책 마련하라’, ‘국민 불안 야기하는 원전 오염수 괴담, 더는 용납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폭우가 내린 이 날 시장 상인들은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잔뜩 침울한 표정이었다. 당장 오염수 방류 예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시장 중앙 통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손님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릴없이 앉아 팔짱을 낀 채 쉬고 있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가게도 상당수였다.

기자가 이곳 상인들에게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상인들은 노량진 시장의 상황이 바깥으로 알려질수록 사정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 했다.

25년 넘게 수산물 가게를 이어왔다는 김현수(가명)씨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다가 간신히 회복된 상황인데 일본 오염수 문제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비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수산물 시장에 와서 물 먹는 쇼를 할 것이 아니라, 상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김씨는 “일본산 참돔, 줄돔 등 내 가게에서 파는 생선 40%가 일본산인데 불안해하는 몇몇 손님들이 일본산 생선에 대해 괜찮은 것이냐고 가끔 묻곤 한다”며 “방류가 현실화되면 손님들이 불안해서 물고기나 회를 먹기나 하겠느냐. 그때부터는 일본산뿐만 아니라 국내산 생선을 찾는 손님도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김씨가 운영하는 가게 이외에도 여러 수산물 가게의 수족관 외부에는 ‘일본산’이라는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수산시장을 방문한 이진영(가명)씨는 “뉴스 보고 오염수 방류 때문에 걱정되긴 당장은 방류 전이기 때문에 회를 사러 왔다”면서 “실제로 일본이 오염수를 방출하면 가족들과 저녁에 회 한 접시 먹기도 쉽지 않겠다”고 답했다.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장 관계자가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선 측정을 하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시장 한쪽에서는 시장 관계자들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을 검사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가 방사능 측정기를 생선에 가져다 대며 “검사하겠습니다. 참돔은 0.86 CPS(초당 방사선 방출량)”이라고 외쳤다. 시장 관계자는 “검사 대상 모두 안전 기준치인 3.0 CPS 이하로, 노량진 수산물에서 유통되는 생선들은 안전하다”며 “소비자가 원하면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시민들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주현(67)씨는 “오염수 방류될 거란 걱정은 있었지만 정말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면서 “아직 원전 오염수 방류 전이라고 해 그 전에 하루라도 빨리 사 먹으려고 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일본산, 국내산 할 것 없이 꺼려지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생선이 들어간 음식 자체를 마음 놓고 먹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과 먹을 저녁거리로 광어를 보러 왔다는 박지수(가명)씨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마트에서 파는 생선들은 일본산은 없고 검사를 철저히 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되지만, 오염수가 방류되면 결국 물은 다 돌고 섞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믿기도 쉽지 않아 앞으로 생선 구매도 망설여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코너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이에 대형마트들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방사능 수치 검사를 확대하는 등 안전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를 총 4단계(평시·주의·경계·심각)로 나눠 관리하고, 검사 건수도 25%에서 50%로 늘려 샘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에는 안전관리 대응 단계를 상향해 주별 검사 건수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현재 물류센터에서 휴대용 방사능 검사기로 수산물 검사를 한 뒤, 상품 안전센터에서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부터 오염수 방류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수산물 입고 단계별로 안전성 검사를 시행 중이다. 롯데안전센터에서 분기별로 1회씩 진행해오던 샘플 검사를 주 4회로 확대했고, 오염수 방류가 실제로 이뤄지면 검사 횟수를 더 늘릴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1년부터 일본산 수산물을 아예 배제했다. 오염수 방류 시엔 국내산 수산물도 공급업체에서 자체 검사를 거쳐 안전이 확인된 상품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산 수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에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산 식품 수입금지 조치를 지속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계없이 현재 취하고 있는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조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