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 이후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을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중국 리스크부터 심상치 않고 국가 경제 전망도 좋지 않은 등 기준금리를 낮출 이유가 수두룩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움직임과 물가 불안 등을 고려하면 되레 탄력적인 금리인상으로 대응해도 부족할 판국인 것이다.
한은은 어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2%로 낮췄다.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5월 3.3%에서 3.4%로 상향 조정됐다. 두 지표의 엇갈리는 방향은 한은이 ‘진퇴양난’ 처지에 깊숙이 빠지고 있는 현실을 웅변한다. 전자를 중시하면 금리를 인하해야, 후자를 중시하면 정반대로 인상해야 옳으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간)까지 계속되는 잭슨홀 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 지침을 보다 명료하게 제시할 공산이 없지 않다는 점도 큰 변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제 회견에서 동결의 배경으로 물가 상승률, 주요국의 통화정책, 경기 불확실성 등을 들면서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에 거듭 방점을 찍기도 했다. 이 총재는 자신을 뺀 금통위원 6명 전원이 최종금리를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로 보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지금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결국 시장을 향해 앞으로 언제라도 매파(금리 인상)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관건은 미 연준의 행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현재도 2.0%포인트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원·달러 환율 불안감도 지울 수 없다. 금리 역전폭이 추가로 확대될 경우 급작스럽게 자본유출이란 쓰나미가 엄습할 수도 있다. 눈을 크게 뜨고 경계와 대비에 나설 국면이다.
경제 당국으로선 국내의 취약한 고리를 살피고 보강해야 할 과제가 여간 화급하지 않다. 제2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지난 3월 말 기준 131조 원을 넘어섰고, 대출 연체율은 2.01%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품이 부풀 대로 부푼 부동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800조 원을 넘어 GDP 규모보다 많은 가계부채 문제 또한 부동산과 맞물리는 취약한 고리다.
금통위의 5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당국은 이런 고리를 두루 돌볼 틈을 갖게 됐다. 다시 없는 기회일 수도 있다. 국가적 위험 지수를 낮추는 접근이 필요하다. 여러 변수가 얽히고설킨 복합 방정식을 풀려면 단세포적인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기대심리나 부추기는 포퓰리즘 행태로는 거센 역풍이나 부르기 십상이다. 정교하고 세심한 정책조합을 통해 각종 뇌관을 제거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