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 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미궁으로 남은 마지막 행선지’라는 주제로 지난 6월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윤세준 일본 실종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성실했던 사회복지사였던 스물여섯 청년 윤세준 씨는 복지관을 떠나 새로운 직장을 찾기 전 5월 9일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생애 두 번째 해외여행이자 홀로 떠나는 첫 배낭여행으로 한 달 이상 머물 계획을 세우고 일본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행 한 달이 되어갈 무렵인 6월 8일, 갑자기 세준 씨의 연락이 끊겼다. 당시 세준 씨는 오후 8시경 누나에게 전화해 “숙소에 가는 길인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어둡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1시간 반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도보로 이동 중이었던 세준 씨는 누나와 30분가량 전화 통화를 한 뒤 10분 뒤쯤 숙소에 도착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고, 메시지를 통해 “잘 도착했다”라는 말을 남겼지만, 그 후로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14일 세준 씨의 누나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영사관에도 신고를 하면서 일본 경찰의 수사가 진행됐다. 세준 씨의 금융 기록 등은 6월 8일 모두 끊겨 있었고, 한국에서는 일본 기지국 값을 갖고 있지 않아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어려운 상태였다.
실종 당시 세준 씨는 관광객이 별로 없는 일본 오사카 와카야마현 구시모토초를 여행 중이었다. 평소 관광명소보다는 현지 느낌이 나는 곳을 좋아했다는 지인들은 세준 씨의 행적이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6눨 7일 구시모토초에 도착한 세준 씨는 시오노미사키 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구시모토초 시내에서 시간을 보낸 뒤 오후 8시 다시 시오노미사키 마을 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체국 앞에서 하차했다.
현지 주민들은 세준 씨가 하차한 곳에는 여관 등 머물 수 있는 시설물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 수사 등에서도 세준 씨가 마지막으로 머문 숙소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준 씨가 하차한 곳에서 1시간 거리의 모든 숙박업소에 문의한 결과 세준 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여러 가지 가설이 나왔다. 지인들은 세준 씨가 길을 잃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어를 읽는 것에 서툴고 길눈이 어두웠기에 노선을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전문가는 교통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인근 병원에서는 외국인이나 신원 미상의 환자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시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현지 주민들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낚시 성지인 구시모토초에서는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는 것. 한 주민은 “1년에 한두 번 실종되는 분들이 있다. 건져지면 행운이고 발견 안 되는 분들도 많다. 수심이 깊은 쪽에서는 발견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날 오전에 세준 씨를 태웠다는 버스 기사는 “그 분에게 왜 이런 곳에 왔냐고 물었다. 그러자 바다가 좋아서 왔다고 일본어로 대답했다”라고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지인들 역시 세준 씨가 바다낚시를 즐겼다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는 구시모토초에 대해 “토지가 낮고 갯바위가 발달 되어 있다. 조수가 내려가면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조수가 올라가면 사람이 자주 사고에 휘말리는 장소”라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가 흐르고 있는데, 해류에 휩쓸리면 상당히 먼, 태평양 한가운데로 가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세준 씨의 누나는 “일본 경찰이 한국에서 통신사로 위치추적이 안 되냐고 묻더라. 그래서 해외 로밍을 했으니 혹시 여기서 해줄 수 없냐고 제가 물었다. 답변은 아직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확인 결과 위치추적은 경찰이 통신사에 요청만 하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실종 두 달이 되도록 위치추적이 되지 않은 상황. 경찰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경시청을 통해서만 인터뷰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영사관 역시 수사계획은 일본 경찰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 경찰에 문의가 가능하는 답을 내놨다.
표창원은 “실종 사건에 가장 핵심은 위치 확인이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휴대전화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찰의 실종 수사에 있어 어울리지 않는 0점짜리다. 놀랍고 충격”이라며 “최대한 빨리 위치 확인만 했어도, 마지막 생존 위치만 확인됐어도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랬으면 지금쯤은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 점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에 전문가는 “일본에서는 프로파일링 시스템이 없다. 그냥 옛날처럼 컴퓨터로 입력하고 출력해서 붙인다. 그걸 가까운 경찰서에 팩스로 연락한다. 일본의 실종 수사 방법은 아주 낙후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준 씨의 누나는 “동생은 천방지축인데 의지도 많이 된다. 가족 중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며 그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