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유통바이오부 기자
반복되는 실수는 대개 실력인 경우가 많다. 축구선수가 결정적인 골 찬스 때 헛발질을 하고 이를 연이어 반복한다면, 그 선수는 골 결정력이 없는 선수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변명의 여지는 없다. 실력인 것을 증명하려면 다음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런 사고도 마찬가지다. 사고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일어난 나쁜 일이지만, 만약 반복됐다면 이 또한 관리자의 실력이 된다.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인 SPC에서 지난해부터 연이어 인명 사고가 나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10월 평택SPL 제빵공장이다. 당시 이 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앞치마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 기계에 빨려 들어갔고 상반신이 끼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기계에는 열면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 방호장치가 있어야 했지만 없었고, 이런 상황이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2인 1조 근무 규정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자체도 문제였지만 이후 회사 측의 태도도 문제가 됐다. 유족에 대한 사과에 앞서 파리바게뜨 9번째 해외진출 홍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허영인 SPC 회장이 대국민사과에 나서 재발 방지와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일 질의응답은 받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허 회장의 사과가 실제로 말뿐이었는지, 이후에도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기계에 직원의 손가락이 끼는 사고가 2건 더 발생했다. 그러다 이달 초에는 또 다시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SPC 공장에서 알려진 것만 4건의 사고가 난 것이다. 물론 개별 건으로 보면 사고가 날 만한 개인의 부주의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사고 각각을 연결해 다시 보면 개인의 실수로 사고가 날 수 있는 점을 회사가 알지 못했다는 점, 이에 따라 이를 방지할 이중 삼중의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재(人災)란 사실 별 것이 아니다. 사고라는 우연을 가장하지만 곳곳의 안전불감증이 쌓인 필연적인 결과다. 설비들이 지나치게 노후했거나, 회사가 안전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안전 점검이 느슨했다는 방증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때로는 반복하기도 하지만 주체가 개인이 아닌 기업이라면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기업의 실수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축구선수에는 가끔 연민을 느끼기도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SPC 사고에는 냉정하게 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