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RE100 대신 추진 중인 ‘CFE’ 논의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산학연은 30일 한자리에 모여 탄소중립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을 위해선 기업들이 CFE에 동참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FE로의 전환과 가능성’ 토론회에서 “도저히 신재생에너지만으론 탄소중립 이행이 어렵다. RE100(Renewable Energy 100%)보다는 CFE으로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FE’은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의 줄임말이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원자력발전, 수소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받는 캠페인을 말한다. 이 때문에 'CF100'이라고도 불린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 청정에너지로 포함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서 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전 정부는 RE100 활성화에 주력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CFE(무탄소 에너지) 포럼을 여는 등 ‘원자력 발전’을 청정에너지로 허용하는 쪽으로 힘을 싣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등 세계가 무역장벽을 치고 있다. 이런 허들을 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활용도 필요하지만 관련해) 국내 여건이 좋지는 않다”면서 “그런 만큼 RE100이 아닌 CFE를 해야 한다. 여기엔 원자력부터 수소에너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환경·지리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기업들이 CFE가 아닌 RE100에 동참하게 되면 천문학적 비용과 수고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RE100을 주장하고 재생에너지만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인 것처럼 얘기했지만 인식을 달리해봐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신재생에너지) 잠재량 자체가 불리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태양광 발전은 국토가 길고 큰 나라가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태양광이 평균 4시간 정도 비친다”면서 “지리적 여건이 가장 나쁜 나라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풍량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 남해안에 바람이 불어봐야 초속 7미터(meter)다. 독일 초속 10~13미터와 비교했을 때 발전량이 3~6배 차이가 난다”면서 “애리조나 사막이나 중국에는 (풍력 발전) 설비를 많이 깔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RE100, 그러니까 재생에너지를 100%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서 없다”면서 “바람이 불지 않거나 밤일 땐 배터리로 (에너지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건데, 배터리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중국에서 광물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저탄소 전환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이미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발 빠르게 무탄소 전력 공급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재용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EU의 CBAM은 실질적인 무역장벽으로 기업에게 다가오고 있다”면서 “예컨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CBAM 등을 이유로 EU는) '당신 회사에 부품 재료를 납품하는 모든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산해서 우리에게 보고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답답하고 어려운 요구들이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 입장에선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곧 무탄소 전력과 무탄소 수소를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여기에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김태형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 상무도 “저희가 2050년까지 필요한 수소량이 발전용 130만톤(ton), 제철용 370만톤이다. 환산하면 30기가와트(GW)가 넘는 전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 원전 발전량이 30GW 정도 되니 사실 그걸 다 포스코용으로 써야 할 정도의 막대한 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데 이걸 RE100을 통해서 재생에너지로 할 경우엔 그보다 한 10배 정도 전력량이 필요하다. 가변성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전문가는 CFE와 RE100을 대립구도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종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탄소중립 등을) 자율적으로 이행하는 수단이 확대되고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무탄소에너지 활용이 재생에너지에만 초점을 둔 RE100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호보완할 수 있는 이행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직 국제사회에서도 CFE란 개념이 생소한 만큼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무탄소에너지 인증 및 정책이 국제적으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선 국가 간 협력 체계 마련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의 양자 또는 다자채널을 활용해서 CF 표준을 마련한다든가, 세부적인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