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체포안 부결해야" vs 비명 "李, 약속 지켜야"
건강 우려에 따른 당내 동정 기류도…與 "땡깡 단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4일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체포동의안 표결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단식을 '민주주의를 위한 결단'이라고 호평하는 한편 체포동의안 부결론에 힘을 싣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대표의 건강 악화 가능성이 큰 만큼 동정 기류도 감지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정부를) '검찰 독재'라고 정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오면) 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과 별도로 내 투표권은 헌법적 권한"라면서 "불체포특권은 검찰 독재에 맞서 싸우는 방식으로 인정된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행사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7월 의총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리더십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김 의원은 "날이 갈수록 당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모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리더십이 강화되고 당이 더 단결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더 큰 고통에 신음하는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결단한 것"이라며 "민주주의 수호의 파수꾼으로 힘든 날을 버티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에 응원과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방탄 단식'이라는 여당의 지적에 대해 "그렇게 프레임을 씌우고 싶을 것"이라면서 "야당 대표를 검찰에서 옆집 친구 부르듯 부른다. 제대로 된 결과도 내놓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가 지금까지 진행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출석 일정을 둘러싼 이 대표 측과 검찰의 이견이 거듭되면서 이미 2차례(지난달 30일·이달 4일) 조사가 무산된 상태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이날 언론에 "이날 예정된 피의자 조사 절차가 이 대표의 불출석으로 인해 무산됐다"며 "이 대표의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단식 이튿날(1일) "4일 오전 조사받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오전 조사만 받겠다는 이 대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에게 3차 출석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일각에서는 검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마저도 불발 될 경우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정기국회 회기 중인 만큼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 대표는 '무기한 단식' 중이지만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당무를 정상 소화하고 있다. 이대로 단식을 이어가면 건강 악화는 불가피하다. 고강도 대정부 투쟁 기조 속에서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동정론이 가시화할 경우 부결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의원은 "다수 야당으로서 할 조치가 상당히 많은데 당대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상당히 많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강하게 결단해서 추진하는 상태다. 당이 하나로 일치단결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은 견지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이 대표에 대한 '톤 다운' 기류도 감지된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단식 명분으로 내세운 이유들은 나름대로 합당하기도 하고 뜻은 알겠지만 그 방법이 유효 적절한지, 국민의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점에선 의문을 갖는 견해도 많다"며 "이 대표가 공익과 대의명분을 좇아 스스로 단식을 멈추는 것이 지혜"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회기 중에는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지만 정치적으로는 이 대표나 우리 다이 몇 번에 걸쳐 국민께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다"면서도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신의, 신뢰인데 몇 번 뒤집는 바람에 부패, 방탄정당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지 않나. 몇 번에 걸쳐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안타까운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방탄 프레임' 해소 차원에서라도 의원들에게 체포 동의안 가결을 공식 요청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이 대표의 단식을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려는 '꼼수'로 규정하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 살 아이 투정 부리듯 땡깡 단식을 아무리 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한 방탄을 위해 단식하는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며 "국민을 위한 최후의 항전이라 포장하는 모습은 위선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