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8월 마지막 날엔 만월이 떴다. 즉,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평소보다 크고 훨씬 밝게 빛났다. 이처럼 슈퍼문이라고 불리는 만월과 블루문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아주 흔치 않은 일이다. 언론이 야단법석을 떨 만도 했다. 없는 핑계라도 만들어 꼭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8월을 마감하려 했는데, 비가 미친 듯이 왔다.
다음 슈퍼문은 2037년 1월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근 14년을 기다려야 한다. 기약하기엔 좀 긴 시간이다. 그런데 근래의 달 탐사 현황을 보면, 다음 슈퍼블루문엔 달맞이 대신 달 표면에서 토끼 뜀으로 이동하는 인간 소식을 들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지난달 23일 인도의 무인 우주 착륙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 무사히 도달했다. ‘달을 향한 경쟁은 시작됐다!’라는 말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탐사선이 달에 안착한 게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 세 나라가 달 착륙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무인 탐사선의 남극 착륙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형을 갖고 있는 걸로 알려진 북극과 달리, 남극은 고산지대와 큰 분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남극은 지형이 고르지 않아 착륙이 까다롭다. 그런데도 인도가 굳이 이곳에 탐사선을 보내려 한 건 ‘물’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달 남극에는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다양한데 그중 하나가 ‘영구음영지역(Permanent Shadowed Regions)’의 존재다. 지구는 회전 축이 23.5도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이 때문에 지표면에 도달하는 일조량이 지역마다 계절마다 차이가 있다. 이에 반해 달은 그 기울기가 1.5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극지방 근처에는 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분화구(crater)들이 있고, 여기에서 얼음을 발견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달에 실제로 접근 가능한 얼음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학문적인 측면에서 우선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물음들에 대한 답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구 바다의 기원’, 다시 말해 ‘어떻게 지구에 물이 존재하게 되었을까’도 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더욱 뜨거워질 달 개발 전쟁이다. 솔직히 세계 각국에서 달 탐사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원 확보 때문이다.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헬륨-3 채굴을 일례로 들 수 있다.
언젠가 작동 가능한 핵융합원자로가 완성된다고 하면 헬륨-3를 기반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지형을 바꿔 놓을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해 낼 수 있다.
달에 매장된 헬륨-3의 양은 최소 1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의 가치는 무려 100경 원에 이르는 걸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달 표면에는 실리콘, 철, 알루미늄 혹은 티타늄과 같이 산업 발전에 중요 역할을 하는 다양한 자원들이 다량으로 분포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주에서 원자재를 채굴하는 게 수익성이 있을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만약 언젠가 성공한다면, 천체의 제한된 자원을 둘러싸고 기업이나 국가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물이 있어 채굴기지를 세우거나 거주가 유리한 지역에 대한 토지 소유권 역시 분쟁 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모든 게 다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고, 또 가능성이 희박한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달 탐사 소식에 관심과 우려가 함께하는 이유다. 달은 누구의 것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