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하이센스 메인스폰서로…中 업체들 '존재감'
미국 CES 비교 세계 3대 전시회 위상 흔들 '숙제'
세계 가전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이 '초연결', '고효율', '친환경'의 세 가지 키워드를 새기고 성료됐다. 삼성전자, LG전자의 공고한 기술 리더십을 재확인했고,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을 눈으로 확인했다.
IFA 2023은 5일(현지시간)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IFA 2023의 방문객 수는 18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지난해 불참했던 중국의 기업들이 대부분 복귀해 1293곳이나 참가한 영향이 크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만큼 유럽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IFA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는 에너지절약 기술 관련 제품들이 각 기업의 전시관 중앙에 자리했다. 탄소중립,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 리파워(REPower)EU 등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는 유럽인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규모 전시장을 마련해 '의미 있는 연결'을 주제로 관련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유럽시장에서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인 EHS의 성장성도 강조했다. EHS는 에어컨 실내기에서 냉매와 물이 열교환되며 열에너지를 만들어 바닥 난방과 온수까지 가능하다.
특히 에너지 절감 스마트홈 통합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에너지가 눈길을 끌었다. 독일 제품 평가 전문 매체인 ETM은 스마트싱스 에너지의 애플리케이션 사용성, 기능·성능, 구성 등을 평가 후 총점 96.1(100점 만점)과 함께 평가 최고 등급인 '매우 좋음'을 부여했다. ETM는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스마트 모니터, TV를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활용한 AI 절약 모드로 연간 총 163.8유로(약 23만 원) 이상의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 집약도' 정보 제공, 상황에 맞게 기기들을 제어하는 '자동화·루틴' 기능 등을 높게 평가했다.
LG전자는 비전인 '스마트 라이프홈 솔루션'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스마트코티지'를 통해 'LG 씽큐'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 에너지 저장 및 소비량을 확인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LG 씽큐' 앱에서 가전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루틴'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유력 매체들도 LG전자의 각종 신기술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영국 트러스티드리뷰, 미국 뉴스위크 등은 신개념 포터블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Go’를 올해 IFA 최고의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LG 스탠바이미 Go는 여행 가방을 닮은 케이스 안에 화면, 스탠드, 스피커, 내장 배터리 등을 탑재한 일체형 제품이다. 이동 편의성을 갖춰 캠핑장 등 야외 공간에서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LG전자는 최근 유럽, 북미 등 해외 출시에 맞춰 이번 IFA 2023 전시회에 선보였다.
세계 최초 무선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도 매체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영국 컴퓨터빌드는 LG 스탠바이미 Go와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IFA 2023에서 가장 흥미로운 TV’로 꼽았다.
올해 IFA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도 드러났다. 과거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가전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 처럼 보였지만 올해 IFA에서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가 메인 스폰서 기업으로 나서며 변화된 분위기를 이끌었다. 피셔 유 하이센스그룹 대표와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책임자(CEO)가 IFA 2023 첫날 기조연설에 나서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IFA의 기조연설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맡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IFA가 지난해보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 기업들의 신기술ㆍ신제품 공개나 행사 프로그램 등이 IFA와 성격이 비슷한 CES에 뒤처진다는 시각도 있다.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와 함께 세계 3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로 꼽힌다.
한 참여 기업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 등을 봤을 때 과거보다 IFA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