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하청업체라도 원청 기업이 가입한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에서 보장하는 업무 범위 내 작업을 처리하다 입은 상해라면 재해보상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직접 계약을 체결한 업체만 보험금 수령 대상이라는 이유로 손해보험사에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배전반 제조업체 근로자 A 씨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낸다고 5일 밝혔다.
한 대학교 신축공사를 맡은 B 전기통신회사는 공사현장에 필요한 배전반의 제작‧운반‧설치 작업을 하도급했다. 하청업체는 배전반 제조 전문기업으로 이 하청업체 소속 A 씨는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 도중 배전반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하반신 마비 등의 상해를 입게 됐다.
당시 B 사는 C 손보사와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 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사고는 보험계약 기간 중에 일어났다. 보험증권상 담보 사업은 ‘B 사가 전국 일원의 사업장에서 행하는 통신공사, 신재생에너지, 수배전반사업, 전기기계부속사업, 자재납품, 장비임대, 기업부설연구’라고 적혀 있다.
A 씨는 해당 보험계약에 의거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C 손보사가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쟁점은 보험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은 하청업체까지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의 보장 범위에 포함시킬지 여부다.
1심과 2심에선 “직접 계약하지 않은 하청업체도 보험금을 수령한다고 재해보상 보험계약 내용을 해석할 수 없다”며 원고 A 씨가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청 업체의 요구에 따라 전문성을 가진 업체가 배전 업무를 담당하게 됐으므로,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 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의 주요한 부분인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일반적으로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면서도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 등의 이익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