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장년층들에게는 열차표도 임영웅 콘서트 티켓도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 예매 시스템이 온라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탓입니다. 이에 디지털 취약계층의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추석 승차권 사전 예매를 진행했는데요. 예매 대상 열차는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7일간 운행하는 KTX와 ITX 새마을, 무궁화호 등이었습니다.
예매 첫날인 29일엔 만 65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 등 정보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사전 예매가 진행됐습니다. 30~31일에는 모든 국민이 예약할 수 있었는데요. 주목할 부분은 이 사전 예매가 명절 승차권 예매 전용 홈페이지 등 인터넷(PC·모바일)과 전화 등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100%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명절 승차권 사전 예매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100%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에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이 여의찮은 노인, 장애인 등은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죠.
이에 코레일은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해 예매 첫날 전체 좌석의 10%를 우선 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들에 한해선 전화로도 예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요. 현장 발권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이들에겐 여전한 난관으로 작용할 듯합니다.
이번 사전 예매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현장에서도 예매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대면 예매는 비대면 예매가 모두 끝난 후 남은 소수의 잔여석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당연히 이용자가 많은 노선은 이미 매진인 경우가 많았죠.
모바일, PC를 통해 승차표의 매진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을 모르는 중장년과 노인은 ‘일단’ 기차역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소수의 입석 좌석만이 남아 있는 경우가 숱했지만, 이마저도 예매 창구가 열리기 전 1~2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겨우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차와 고속·시외버스 예매 경험이 있는 만 65세 이상 노인 중 35.7%는 ‘불편하다’, 24.7%는 ‘매우 불편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편을 경험한 이들의 비율이 60%를 넘은 겁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지거나, 혼자 살수록 불편함을 느낀다는 비율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는데요. 이 조사에 참여한 노인 중 74.1%는 ‘정보 제공 서비스가 온라인과 인터넷 중심이어서 이용하기 어렵다’고 답하는 등 온라인 중심 정보 제공 서비스에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중단된 명절 현장 발매를 고령자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리 예매 권한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최소한의 현장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죠.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피켓팅’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가수 임영웅이 서울을 시작으로 2023 전국 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E)에 돌입한다는 건데요. 소속사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임영웅은 내달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부산·대전·광주 등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엽니다.
가장 먼저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10월 27~29일, 11월 3~5일 등 총 6일간 단독 콘서트를 연다고 하는데요. 서울 공연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이달 14일 오후 8시에 진행됩니다.
KSPO돔은 최대 수용 인원 1만5000명 규모의 대형 공연장입니다. 이곳에서 6일 동안 공연을 연다는 건 임영웅의 남다른 ‘티켓 파워’를 입증하는 셈이죠.
그러나 대형 공연장이더라도 팬들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임영웅의 전국투어 앙코르 콘서트는 서울 고척돔에서 진행됐는데, 이때 예매 시작과 동시에 최대 ‘83만’ 트래픽이 몰린 바 있습니다.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전회차 전석이 매진됐죠. 티켓팅에 능숙한 젊은 세대더라도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겁니다.
임영웅은 지난해 8월 서울 콘서트 당시 직접 자신의 콘서트 티켓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이때 예매 사이트의 대기 인원은 55만 명을 넘었고, 임영웅도 “이 정도면 도전 자체가 효도”라고 혀를 내두른 바 있습니다. 부모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대신해 피켓팅에 참전한 전국 효자·효녀들에게도 치열한 예매전이 예상되는 상황인 겁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티켓팅 성공을 위한 방법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기도 합니다. △정확한 서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네이비즘’ 활용 △예매창은 2개 열기 △티켓 예매 시간 2초 전에 페이지 새로고침 △회원 가입·로그인은 미리 해두기 △회원 정보 실명 인증 여부 확인 △팝업 해제 미리 체크해두기 △가장 빠른 무통장 입금으로 결제 등의 내용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가 2020년 노인 인구로 본격 편입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6월 LH 산하 연구기관 토지주택연구원의 ‘초고령사회 대응 K-CCRC(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의 정책추진과 계획모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5년 이후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향후 반세기 동안 인구 절반가량이 노인 인구가 되는 이른바 ‘극초고령사회’(2070년 고령화율 46.4%)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에 따라 중장년,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도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각종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키오스크 등 디지털 서비스는 이미 일상 전반에 녹아들어 있는데요. 지자체는 정보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서울시는 3월 고령층의 키오스크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제2기 디지털 안내사‘ 150명을 위촉하고 기차역, 지하철역, 대형 마트 등 고령층이 주로 찾는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을 주요 거점으로 순회하면서 키오스크, 스마트폰 이용법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경기 하남시는 고령층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해 키오스크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죠.
전문가들은 이처럼 디지털 약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 등 정보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디지털 소외 문제를 단순히 명절 기차표를 예매하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티켓을 사는 데 고충을 겪는다는 일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건데요.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함께 확대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