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 공천
지는 쪽이 유리한 선거라는 해석
총선 전 6개월 간 개혁할 시간 생겨
국민의힘이 다음 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확정하면서 여야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은 7일 공관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추천 절차에 돌입했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공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는 6일 “유재수와 조국이 감찰 무마한 것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고 말하면서 김 전 구청장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후보자로 공천했다.
여야 셈법은 복잡하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지만,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곳이라 총선 전 서울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미니 총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만일 선거에서 이긴다면, 당 안팎으로 불거졌던 ‘수도권 위기론’에서 탈피할 돌파구가 생긴다. 하지만 진다면, 선거를 이끈 김기현 지도부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처음에 무공천 기류를 유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권 지도부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공천을 한 것인데, 만일 선거에서 진다면 타격감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어려운 선거 환경이기 때문에 지더라도 적은 차이로 진다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이긴다면 김 전 구청장을 ‘선량한 공익제보자’로 내세우는 여당에 맞설 명분이 공고해진다. 반대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강서구를 내줄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김 전 구청장이 당선됐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강서구를 뺏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는 쪽이 유리한 선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번 선거에서 지는 당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도부가 타격을 받아 총선 개혁 노선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애매하게 이겨서 우리 잘했다(해서) 이대로 가라고 하면 이 선거(강서구청장 선거)가 10월에 있는 것이고 총선이 4월에 있는 거니까 6개월의 갭이라는 게 있는 것”이라며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게 아닌 식으로 돌아간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도부가 흔들리게 되면서 대안세력이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 교체는 대통령실이나 당에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선택지”라며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공관위원장이 조기 출범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 김무성 전 대표 등이 공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강서 지역구 의원들의 내년 공천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도부 교체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강서구에서 후보가 난립하면서 졌는데, 이번에도 진다면 진성준 의원 등 민주당 강서 지역구 의원들이 코너에 몰리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