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개발제도 구조조정 단행
중복사업 통폐합ㆍ보조금 성격 손실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R&D 예산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좀비기업에 지원되는 등 카르텔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일부 사업의 경우 단순 보조금 지원, 뿌려주기식 등 비효율적으로 집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R&D 예산 배분조정은 △나눠주기식 △경쟁률 낮은 △보조금 성격 △유사 중복 △성과 미흡한 사업 등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지급해온 중복 사업을 통폐합하는 데 집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결산심사 자료에 따르면 감염병 사업군 특정평가 결과 보건복지부의 △미래성장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 △백신 기반 기술개발 △신속 범용 백신 기술개발 등 3개 세부사업이 유사중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글로벌 백신기술 선도사업 내역사업으로 통폐합했다. 해당 사업 예산이 기존 277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81.6% 삭감했다.
정부는 뿌려주기식 R&D 관행도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공정품질 기술 개발 사업은 국내 제조 중소기업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정 자동화·지능화·효율화 등 기술 개발 및 실증을 불특정 다수의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저변 확대형 사업으로 타 R&D 사업과 중복 가능성이 높고 현장수요 대응을 위한 소액·단기성 사업이라고 판단해 예산을 기존 420억4200만 원에서 70억9100만 원으로 83% 이상 줄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공공 에너지 선도 투자 및 신산업 창출 지원 사업은 에너지 분야 중소기업 지원 목적의 뿌려주기식 목적사업으로 경쟁률(1:1)이 낮은 보조금 성격의 사업으로 규정했다. 이에 42억1200만 원에서 95.7% 삭감한 1억7900만 원으로 결정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지급해온 보조금 성격형 R&D 예산도 대폭 손질했다. 과기정통부의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은 ICT 제품 출시 등 사업화가 필요한 기업에 바우처를 통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그동안 혁신적인 기술개발 등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보조금 성격으로 지금해왔다. 이에 정부는 R&D사업으로서의 필요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워 402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95.2% 감액했다.
중기부의 연구 장비 활용 바우처 지원 사업도 중소기업의 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보조금 성격이 강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연구기반 활용사업, 연구기반 활용플러스사업 등과 사업목적, 지원대상, 지원방식이 사실상 동일해 사업 기간을 단기로 설정한 후 유사사업을 반복적으로 편성함으로써 적정 사업 기간과 규모를 검토하지 못하고 예타를 우회하는 것으로 이미 국회에서 부적정 사례로 지적받은 바 있다”며 “이에 해당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R&D 성과 평가결과가 미흡하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사업들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의 철도 배전 선로 케이블 무전원·무선안전 감시기술개발 사업은 올해 국가연구개발성과평가 결과 68.3점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성과의 목표인 소프트웨어 등록 건수가 목표치 대비 42.86%로 달성도가 낮으며 특허 성과의 정량적 수준도 타 사업에 비해 저조해 예산을 52억2000만 원에서 12억8200만 원으로 75.4% 삭감했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7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특정 중소기업의 사업계획서를 대신 써주는 컨설팅이 있기도 했고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R&D 예산을 끌어다 쓰는 등의 사례들이 있었다”며 “건전한 중소기업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좀비기업은 도태시키고 건전한 기업에 자원을 배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