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했다.
박 전 단장은 이날 오후 1시 20분쯤 조사를 받기 위해 공수처를 청사를 찾았다. 그는 고발인인 동시에 참고인이지만, 박 전 단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를 원해 공수처는 그의 의견에 따라 참고인 조서를 받기로 했다.
박 전 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는 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책임을 강조했다.
앞서 군 검찰이 박 전 단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이 장관으로부터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해병대 사령관의 진술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군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정할 때 나름대로 증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 근거가 해병대 부사령관의 말인데, 부사령관은 장관이 긴급하게 소집한 회의에 참석해서 회의 결과를 메모한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장관의 의사가 반영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의 내용과 이후 해병대 사령부 가해졌던 압박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이라면서 “처음에는 ‘직접 과실자’로 한정하라고 하다가 나중엔 아예 이첩 형식 맞지도 않은 혐의 대상, 혐의 사실을 다 빼고 기록만 넘기라는 주장은 (국방부) 차관부터 법무관리관이 줄기차게 해온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7일 경북경찰청이 채 상병 사망 관련 자료 확보 차원에서 해병대 1사단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김 변호사는 “조사본부에서 이첩한 서류에 근거해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것 같은데 결국 팩트가 밝혀지면 (사건은) 여단장과 사단장까지 포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박 단장이 권한을 회복한다면 최초 이첩한 내용을 보강해 수사가 잘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박 전 단장은 해병 1사단 소속 채모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사건을 수사한 뒤 7월 30일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박 전 단장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했으나 다음 날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박 전 단장은 지난달 22일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에게서 사건 자료를 회수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박 전 단장을 입건했다. 이후 박 전 단장의 혐의는 ‘항명’과 이 장관에 대한 ‘상관 명예훼손’으로 변경됐다.
군검찰은 박 전 단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달 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