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부터 양극재 최종 생산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순환고리 구축
에코프로 자체 개발 특수 도펀트 코팅
글로벌 車업체와 폐배터리 실증 테스트
황제주 등극…"액면분할 계획은 없어"
5일 이투데이가 찾은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생산공장인 CAM5 실내는 축구장 4개를 합친 광활한 면적과 달리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2017년 에코프로 포항캠퍼스가 구축된 이후 공장 내부가 언론사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양극(+)에 사용되는 소재다. 배터리의 성능, 안정성 및 가격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2층 물류창고에서는 주황빛 철제로 이뤄진 약 2m 높이의 무인운반차량(AGV)만이 이따금 돌아다니면서 생산 완료한 양극재들을 직접 포장해 싣고 날랐다. 근로자들은 제자리에 서서 각자 손에 든 태블릿을 조작하다 알람이 울리는 쪽으로 이동했다.
내부에 들어선 근무자와 AGV의 비율은 1대 7 정도로 느껴질 만큼 공정 과정에는 사람 대신 기계의 손길이 깊숙이 녹아있었다. 3교대로 돌아가는 CAM5 공장의 시프트(조) 하나당 인원은 60명 정도로 일일 근로자를 통틀어도 200명이 채 안 된다.
공정 전체를 총괄하는 3층으로 올라서자 근로자 열댓명이 모니터에 두 눈을 고정한 채 양손을 키보드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 사람 앞에는 최소 3개 이상의 모니터가 놓여 있었고, 각 화면에서는 공정 시스템에 맞게 개발된 프로그램이 돌아갔다.
영화관 대형 스크린처럼 하나로 연결된 듯한 모니터 약 50개도 눈에 들어왔다. 불량배터리 파쇄와 같은 건식 공정부터 NCM 추출 등 습식공정까지 모든 양극재 생산 공정의 자동화 시스템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기존의 전형적인 자동화 설비가 아닌, 에코프로 공정에 맞춰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최종적으로 양극재가 탄생하는 4층이다. 양극재 소성로가 뿜어내는 열기와 함께 건조한 공기가 느껴졌다. 공장 내에는 공기보다 가벼운 파우더 형태의 양극재 가루가 날릴 수 있어 케미컬필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소성로를 거친 양극재 가루는 에코프로비엠만의 기술로 특수 개발한 도펀트를 코팅하고 색상을 입힌다. 도펀트는 양극재의 밀도와 수명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도펀트를 바른 양극재는 바르지 않은 양극재에 비해 최대 10년 이상 성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팅이 끝난 양극재는 케이크 상자 같은 도자기(Sagger)에 담아 다시 구워서 이물질을 제거한다.
에코프로는 이처럼 포항캠퍼스에 구축된 공정을 ‘생태계 순환 시스템(Closed Loop System)’이라고 부른다. 에코프로CNG의 폐배터리(폐스크랩) 리사이클 공정(BRP)부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구체(CPM),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리튬전환(LHM),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이엠의 최종 생산까지 양극재의 모든 생산 과정이 포항캠퍼스 내에서 완료된다. 양극재 관련 완벽한 생태 순환고리를 구축한 것이다. 단순히 폐양극재 재활용부터 리튬·전구체·양극재까지 전 공정을 ‘수직계열화’만 한 것이 아니라 대량 생산 능력도 갖췄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매출액은 작년보다 79% 넘게 끌어올린 1조2000억 원이다.
에코프로CNG는 향후 이차전지 시장에 발맞춰 BRP 공장의 생산 능력을 9만 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2027년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예상 생산능력(CAPA)인 71만 톤 중 10% 정도에 공급할 수 있는 니켈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관계자는 “포항은 오창과 달리 라인 하나의 용량을 굉장히 크게 만들어서 대량 생산에 적합하게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규모에 맞춰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력도 키워가고 있다. 자체 폐배터리 재활용 능력도 더 키울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은 현재 18만 톤이다. 현재 보유 중인 BRP(배터리 재활용)은 플랜트 1개로, 필요 물량의 3~5% 비율을 충족시키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늘면 양극재 소재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관계자는 “BRP는 2025년 준공예정인 4캠퍼스와 블루밸리 캠퍼스에 추가로 2개 만들 예정”이라며 “전체 메탈 소요량의 10%까지 늘리는 게 목표로, 2028년이면 1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리콜 차량 물량을 공급받아 폐배터리 실증테스트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수거한 리콜 차량에서 나온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메탈로 만든 뒤 다시 양극재로 탈바꿈해 납품하는 방식이다. 2027년부터 전기차 폐배터리 증가를 예상하고 기술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측은 “아주 소량의 양극재라도 모아서 재사용하는 게 저희에게는 이득”이라며 “초기에는 환경 사업으로 돈을 벌고, 남은 돈을 양극재에 재투자하면서 전혀 돈이 안 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지만, 인고의 세월을 10년 넘게 버티면서 결국 지금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에코프로는 한 주당 100만 원을 넘어서면서 16년 만에 코스닥 시장의 ‘황제주’로 높은 주목을 받았다. 대신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매수 문턱을 높아졌다. 에코프로 액면분할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 다만 과거 에코프로비엠은 무상증자를 통해 4분의 1 단가로 낮춘 방식처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게 된 것은 기업 이미지 쇄신, 대규모 자금 유입 효과 외에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에코프로 그룹 주가 몰린 점이 다소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29조2400억 원)과 에코프로(27조1870억 원)는 8일 기준 나란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상무는 “지금도 저희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3위까지 올망졸망 모여있으면 부담”이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을 하면 코스닥 1·2·3위를 다 차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코스피 상장을 결정한 것도 있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을 하면 올해 나온 IPO(기업공개) 기업 중에서는 제일 큰 시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 그룹은 높은 양극재 성장세를 등에 업고 주주환원 확대 노력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상반기 에코프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1년 발행했던 6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콜옵션을 행사해 자기사채로 취득한 뒤 소각을 결정했다. 이 상무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금 여유가 생기면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