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감 고조’ 롯데·신세계, 내년 인사 시계 빨라진다

▲김상현 롯데쇼핑 총괄대표 부회장 (사진제공=롯데지주)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 발표 시점이 지난해보다 한 달 가까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경기침체, 소비둔화로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경영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 롯데그룹은 재무부담에 따라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핵심사업인 이마트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신세계도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롯데그룹은 내달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통상적인 정기 임원 인사 발표 시점보다 한 달가량 빠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기 임원인사 발표한 것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11월 말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해왔다.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 등이 정기 임원 인사 대상이다.

롯데그룹이 평소보다 정기 임원 인사 발표를 서두르는 건 기업 내부에 드리운 경영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현재 재무부담 등으로 인해 기업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롯데 주요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도 또한 잇따라 하락했다. 게다가 재계 순위 5위 자리도 한 단 계 떨어지면서 13년 만에 포스코그룹에 내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월에 열린 하반기 VCM에 참석해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기업 가치 제고를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헤드쿼터(HQ)체제까지 변화를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근 이완신 전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호텔HQ 조직이 축소된 탓이다. 호텔HQ에 있던 80여명의 인력 가운데 2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업으로 재배치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기존 비즈니스 유닛(BU)체제를 HQ로 전환했다. 각 계열사를 6개 사업군으로 유형화한 뒤 이를 총괄하는 HQ 조직을 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조기 인사와 관련해서 나오는 얘기가 없다”면서 “보통 인사는 11월 말에 하는데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신세계그룹의 인사 시점도 예년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중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부터 10월 인사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경영 위기감 속에 이를 한 달 정도 앞당길 예정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2019년 10월 이마트 수장에 오른 강 대표는 이후 이마트의 외형성장에는 기여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하지 못했다. 이마트 IR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별도기준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9.9%, 2.6% 줄었다.

2020년 10월 대표직에 오른 SSG닷컴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것 역시 강 대표의 거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 시점과 관련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기 임원 인사에 대한 자세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