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ㆍOTT 전환 가속도…美 홈쇼핑 시장, 20년 새 15분의 1로 줄어
페이스북 등 모바일 쇼핑 전환·IP 사업 확대
TV홈쇼핑의 위기는 비단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 홈쇼핑 역사를 가진 미국도 온라인 판매 채널의 급성장으로 TV홈쇼핑의 경쟁력이 날로 허약해지고 있다. 방송산업의 약화, 쇼핑시장 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국과 미국 홈쇼핑업계는 TV의존도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17일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약 1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약 20년 전인 2003년 기준 미국의 TV홈쇼핑 시장 규모가 1500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1977년 미국 플로리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상업적 무점포 판매방식을 시작해 홈쇼핑 역사를 처음 썼던 미국조차 위기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홈쇼핑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QVC와 HSN 채널은 최근 자체 웹사이트,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 등에서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을 시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QVC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 가운데 58%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졌다. 이는 전년 대비 9%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시장 상황도 동일하다. 모바일의 보급과 OTT 등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채널들이 다양해지면서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244만826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일부 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SO)에게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한 것도 이와 맥이 같다. TV에서 더 이상 수익성이 나지 않는 만큼 가파르게 오른 송출수수료를 부담하는 것보다 아예 방송 송출을 접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케이블TV방송 전체 매출 가운데 홈쇼핑 송출수수료의 비중이 41.9%를 차지했다. 반면 방송수신료 매출과 단말장치 매출 비중은 각각 34.1%, 17.2%에 그쳤다. 케이블TV방송의 경우 2020년부터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방송 수신료 매출을 넘어섰다. IPTV방송 역시 매출 가운데 송출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2.6%에서 지난해 30.2%로 늘었다.
홈쇼핑업계는 수익성이 악화된 TV의존도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모바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과 GS홈쇼핑의 경우 모바일 매출 비중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와 콘텐츠커머스를 기획하는 한편 패션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GS홈쇼핑 역시 모바일로의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단독 상품을 지금보다 더 확대한다.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등 신규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선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이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캐릭터인 벨리곰과 가상인간 루시 등을 통해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매출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벨리곰 관련 매출액은 200억 원 수준이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가상인간 루시를 활용해 미술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라 TV시청 인수가 줄어들면서 TV홈쇼핑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송출수수료는 가파르게 올라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TV홈쇼핑으로 가두지 않고 모바일 비중을 늘리거나 IP 등 신사업에 나서면서 매출 창구를 다각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