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단순하지만 고급 소재…‘고가 프리미엄’ 소장 욕구 채워
불경기ㆍ명품 중고거래 활성화도 영향
최근 몇 년간 유행한 화려한 복고풍 패션인 Y2K 트렌드가 저물고 가격은 비싸되 디자인은 단순한 올드머니(old money)룩이 대세다. 이전에는 중장년층 위주로 올드머니룩에 주목했다면 최근에는 MZ세대들도 신흥 소비자로 합류하는 추세다.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FW(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물산 등 주요 패션기업들이 잇달아 올드머니룩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올드머니룩은 신흥부자를 말하는 뉴머니룩과 대조되는 패션을 말한다. 집안 대대로 부자인 이른바 ‘진짜 부자’들이 입는 옷으로,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소재 등이 고급스럽고 상표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조용한 럭셔리룩’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드머니룩이 다소 무난한 디자인인 만큼 업계에서는 소재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올 FW 시즌에도 고급 캐시미어 소재를 활용한 코트 등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컨템포러리 브랜드 ‘델라라나’는 이달 이탈리아와 영국의 유명 원단사로부터 고품질의 캐시미어 원단을 수입해 코트, 재킷, 니트, 팬츠 등 33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컬렉션의 모든 제품은 100% 캐시미어다. 색상은 크림, 베이지, 블랙, 그레이 등 올드머니룩을 대표하는 차분한 색상을 사용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컨템포러리 브랜드 ‘구호’도 FW 시즌을 맞아 ‘캐시미어 아이콘 코트’를 출시했다. 모든 상품에는 이탈리아 콜롬보사의 고품질 캐시미어를 100% 사용했다. 색상은 블랙, 브라운, 카멜, 베이지 등 클래식한 색상을 주로 활용했다.
LF도 자체브랜드(PB) ‘스탠다이얼’을 통해 FW 기즌을 겨냥한 올드머니룩 ‘트위드 컬렉션’을 선보였다. LF 또한 금장 단추, 두께감 있는 원단인 부클 등 소재의 변주를 통해 차별화를 뒀다.
기존에는 중장년층이 올드머니룩을 즐겼다면, 특히 최근 들어 MZ 세대가 올드머니룩에 심취하고 있다.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최근 자사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카테고리가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신(新)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도 올드머니룩 대표 주자로 꼽힌. 에이블리의 지난달 해외 프리미엄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배(750%) 대폭 증가했고, 주문 수도 5.5배(450%) 늘었다.
MZ세대까지 올드머니룩에 주목하는 것은 2010년 초반부터 대세였던 이른바 ’플렉스(Flex)’에 MZ 세대가 싫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플렉스는 미국 힙합 가수를 중심으로 성공을 과시하는 문화로, 명품 로고가 크게 새겨진 뉴머니룩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불경기가 계속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클래식한 올드머니룩은 비교적 유행을 타지 않기에 두고두고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MZ 세대들 사이 명품을 중고로 사는 문화가 활성화한 것도 올드머니룩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올드머니룩은 유행에 크게 민감하지 않고, 소재는 고급스러워서 리셀 시장에서 가치가 있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