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이월제한 등 시장 기능 저해 규제 합리적 개선
위탁거래 도입하고, 시장참여자 단계적 확대…선물시장 도입도
정부가 짜게 식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장 기능을 왜곡하던 규제는 개선하고, 소수 기업만 참여하던 배출권 거래 시장을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개방적 시장으로 바꾼다.
환경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에서 배출권 시장 규제 개선 및 참여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공개했다.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면서 추가로 이에 대한 사업장 간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할당한 배출허용량보다 더 많이 온실가스를 감축한 사업장은 그만큼의 초과 감축량을 판매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역량이 부족한 사업장은 초과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사업장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하는 과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채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 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가격 변동성은 높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에 한계가 분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배출권 가격이 그간 누적된 과잉할당에 더해 코로나19 등으로 배출량이 줄어 2020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월 '배출권 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됐음에도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출권 이월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최근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가격 동향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가격 하락 원인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배출량 감소도 있지만, 정부의 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기업의 배출권 여유분에서 이월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다 보니 이월하지 못하는 배출권의 소멸 우려로 매도량이 증가해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했다.
먼저 연구기관과 현장에서 지속해서 제기한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을 대폭 완화한다.
기업이 이월할 수 있는 배출권을 '순매도량만큼'에서 '순매도량 3배'로 늘린다. 배출권을 사야 했던 업체도 초과 매수한 경우 전량을 이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배출권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배출권거래제 적용 기업이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실적을 상쇄 배출권으로 전환해야 하는 의무 기한도 기존 ‘감축 실적 인증 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
이와 함께, 유상할당 경매 물량의 탄력적 조정, 시장조성자 추가지정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들도 함께 추진된다. 시장 참여자의 불공정 거래 등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의 협업을 통해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특히 거래 참여자를 늘리고 거래 상품을 다양화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배출권을 증권사를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위탁거래를 도입하고, 금융기관‧개인 등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국내 배출권 가격과 연동된 금융상품(ETN: 상장지수증권, ETF: 상장지수펀드) 등의 출시로 투자를 유도하고, 위험 관리를 위한 선물시장도 개설한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온실가스 감축도 규제보다는 시장 원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공정하고 효율적인 배출권 시장을 만들어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후 분야 산업 육성의 계기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