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쟁 사각지대ㆍ조정 이행 우려”…중소기업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 중기부에 남는다

입력 2023-09-20 16:33수정 2023-09-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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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식물위원회’ 정리 조치…중기부 5개 위원회 정비키로
소관위, 중소기업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의 민간 이양 문제점 지적
조정ㆍ중재 위원회 현행 유지, 중기부 4개 위원회 폐지안 지난주 법사위 의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술탈취 예방 및 회복 지원 민·당·정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제 기능을 못하는 ‘식물위원회’로 지목됐던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중소기업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가 중기부 산하에 존치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운영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민간 이양이 추진됐지만 갈수록 첨예해지는 기술 탈취 분쟁과 관련 정책의 중요도를 고려해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반면 △균형성장촉진위원회 △장애인기업활동촉진위원회 △중소기업 기술혁신 추진위원회 △창업지원정책협의회 4개 위원회는 정부안대로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위원회 중 심의 의결 기능이 없거나, 운영실적이 저조한 5개 정부 위원회를 정비키로 했다. 지난해 정부가 부실 운영되는 정부위원회 246개를 통·폐합 하기로 한 데 대한 조치다.

중기부에선 ‘균형성장촉진위원회’와 ‘장애인기업활동촉진위원회’, ‘중소기업 기술혁신 추진위원회’, ‘창업지원정책협의회’ 4개 위원회를 폐지하고, ‘중소기업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이하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는 중기부 장관 산하에서 대ㆍ중소기업ㆍ농어업협력재단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였다.

민간 이양 방안이 추진된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는 2015년에 구성된 위원회다. 조정과 중재를 통해 기술유출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됐다. 총 위원 50명 중 민간위원만 47명이다. 정부는 민간 위원 비중이 높은 만큼 전문성과 자율성 면에서 이관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개정안을 심사한 소관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의 관점은 달랐다. 정부가 정부 운영 효율을 위해 식물화 된 위원회를 대거 정리하는 데에 집중한 반면 소관위는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의 업무가 민간으로 이관된 뒤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위상 약화와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처럼 분쟁조정 역할을 하는 위원회들이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관업무를 담당하는 행정부처에 소속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관위 관계자는 “재단의 역량 부족으로 기술침해 피해자의 권익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술분쟁을 조정ㆍ중재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투명성, 이행력 등이 중요한 것을 감안하면 부처 산하 위원회로 존속할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탈취 문제는 중소기업의 혁신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년간 특허 출원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기술탈취 근절 위한 정책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 10.7%는 기술탈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기업(43.8%)들은 별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대ㆍ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침해 관련 피해액은 2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현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중범죄로 볼 만큼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고, 중기부와 정치권 역시 기술탈취 관련 입법 및 제도를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가는 점도 이번 위원회 존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하면서 4개 위원회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지난주 법사위에서 의결됐다. 이들 위원회는 최근 3년간 서면으로 회의가 개최되는 등 운영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기부는 위원회의 존속 필요성을 낮게 보고 폐지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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