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세운 파월…증권가 “고금리 장기화 증시 부담”

입력 2023-09-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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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유가ㆍ시장금리…엔저에 수출 경쟁력 비상…자본시장 곳곳이 지뢰밭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또다시 발톱 날을 세웠다. 파월 의장은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뒤 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겼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시장금리는 치솟고 있다. 일본은 역대급 엔저로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미·중 갈등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다. 자본시장 곳곳이 지뢰밭이다.

증권가는 FOMC 결과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내년 점도표 중간값을 6월에 제시한 4.6%보다 0.5%포인트 상승한 5.1%를 제시했다.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박상현·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착역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종착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경제전망의 중앙값을 기준으로 보면, 내년 기준금리 인하폭 전망치가 100bp(1bp=0.01%p)에서 50bp로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연준은 시장이 평균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에 비해서는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견해를 분명하게 밝혔고, 그 결과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 모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11월 FOMC의 결과와는 관계없이 주식시장에서 선제적으로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를 반영하며 지수 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예산안 협상 이슈가 일단락되면 미국 장기 금리의 상승 압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주식시장도 안정적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4분기 코스피가 8월 고점을 상향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금리 장기화와 아울러 글로벌 시장 환경 곳곳이 암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은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 유가를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1년 뒤 유가 전망치를 이전보다 7달러 높인 1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이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중 갈등도 글로벌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9일 해외 주재 재정경제금융관들과의 회의에서 “최근의 유가상승, 북·러 및 미·중 관계의 지정·지경학적 리스크 확대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역대급 엔저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수출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100엔당 1000원대에서 등락하던 원·엔 환율은 최근 800원대로 떨어졌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철강기업은 철강재 ‘덤핑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며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일본에 역전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직전과 같은 1.5%로 예측했다. 반면, 일본 성장률 전망은 전보다 0.5%포인트 상승한 1.8%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률은 하향조정된 반면,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일본은 미국의 견고한 성장률에 기대면서 성장률이 동반 상승했다.

치솟는 시장금리는 기업의 실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최근 은행채 1년물 금리는 8개월 만에 연 4%를 돌파하는 등 채권 금리가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신용 등급은 AAA로 초우량채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의 수요가 은행채로 쏠릴 수 있다. 은행채 발행 물량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경제 피크아웃 △달러의 독주 △중국 대차대조표 불황 시작 △국제 원자재가격 불안 재현 등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리스크들은 올해는 물론 2024년에도 금융과 실물 등 전반에 걸쳐 국내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적절한 정책 대응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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