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균열을 어떻게 봉합해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가결로 나오면서 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하는 동시에 이 대표 거취 등을 둘러싼 당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표결 전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재차 부결을 요청했음에도 가결로 이어지면서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이 현실화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내 가결파와 부결파 간 갈등은 격해질 전망이다. 표결 결과가 나온 후 밤늦게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부터 의원들 사이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오전 MBC라디오에 “굉장히 혼란스럽고, 심각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가결표를 던진 이유를 밝혀라’ 등의 얘기와 고성이 오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의총에서는 가결표를 던진 사실을 밝히며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지켜야 한는 것 아니냐는 등의 공개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양측이 소리를 지르고, 회의장 밖에서까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격앙된 분위기를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날 비명(비이재명)계 측의 이 대표 퇴진 요구 목소리도 커졌다.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에 “책임져야 할 사람은 가만히 있고 오히려 책임이 약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떠넘긴다”며 “책임져야 될 사람은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 지도부”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도 C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 본인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며 “오히려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비명계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행동에 나선 만큼 더 강도 높은 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친명계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비명계를 압박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라며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가 이 대표를 향한 비명계 측의 선전포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지금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이 대표 책임론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체포동의안 가결로 위기를 맞았고, 비명계 의원과의 화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이 대표가 사퇴한 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거나 연말이나 내년 초 사퇴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으로 가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다만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까지 지금 체제로 이끌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퇴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체포동의안 표결 가결로 받게 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현 지도부 체제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구속될 경우 비명계에선 이 대표는 물론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오는 추석 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고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