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롯데손해보험의 주가는 한 주간 42.24% 급등한 2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8일과 19일 2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개인과 기관이었다. 이 기간 개인과 기관은 롯데손해보험을 11억 원어치 사들인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억 원가량 순매도했다.
롯데손해보험의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최근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착수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해보험을 3734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3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재까지 약 7300억 원을 투자했다.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보의 지분은 77%이다.
금융지주그룹들이 비은행 계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에서 최대어인 롯데손해보험의 등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지주회사들은 그간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이익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비은행 인수 욕심을 드러냈으나,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어 고민에 빠진 차였다. 롯데손해보험의 매각가는 약 2조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롯데손해보험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이다. 통상 30년 이상 영구채 성격을 지닌 신종자본증권은 주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신종자본증권은 기업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보험사의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내세워서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이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발행한 자본성증권 금액은 2조3600억 원으로 이중 신종자본증권(1조4600억 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롯데손해보험은 2016년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작으로 매년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롯데손해보험이 보유한 채권은 14개, 상환액은 약 7060억 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선순위 회사채는 단 한 곳도 없고, 후순위·후후순위(신종자본증권) 채권만 발행했다는 점이다. 이중 후순위보다도 상환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물만 4개(980억 원)가 있다.
선순위 채권은 회사가 파산 또는 매각 시 이자 또는 원금 미상환 등 기한이익상실(EOD)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투자설명 지침에 포함하고 있다. EOD는 채권 만기일이 도래하지 않아도 채권자가 채권 전액을 상환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 채권의 경우 기한 이익 상실 조항이 들어있지 않다.
기업이 파산, 도산 또는 최대주주 변경으로 재무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해 채권 상환이 어려워졌을 때 채권자보호조치가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발행된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는 투자설명서에 “당사가 파산 또는 청산한 경우 즉시 본 사채에 대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며, 이를 사채권자 및 사채관리회사에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처가 재무구조가 탄탄한 곳으로 결정될 경우 이러한 우려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롯데손해보험 규모의 보험사는 채권시장을 자주 찾는 손님으로 최대주주가 교체되는 등 변동이 발생한다고 해서 채권자의 채무 상환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처가 어디로 정해질지에 몰린다. 현재 롯데손해보험의 잠재적 인수후보군으로는 대형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는 다음 달 중순부터 인수 측과 협상 테이블을 꾸리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