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를 다 보내고 있는 시점이지만 정부가 주장하던 상저하고(上低下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아직은 ‘하고(下高)’와는 소원한 것 같다.
지난달 말에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은 암울했다.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줄어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전산업 생산은 0.7%, 소매판매는 3.2%,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8.9% 각각 줄었다.
이달 초 발표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는데 상승 폭은 4월 이후 4개월 만에 최대폭이었다.
수출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21%) 등 우리 주력 품목이 힘을 못 쓰고 있다.
글로벌 경제 기구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로 유지했다. 6월에 제시한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20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성장률 전망에서도 1.3% ‘유지’로 예측했다.
특히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021년 12월에 2.7%로 전망한 뒤 작년 6월 2.5%, 9월 2.2%, 11월 1.8%, 올해 3월 1.6%, 6월 1.5% 등으로 계속 하향 조정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반기 0.9% 성장했고 연간은 아주 보수적으로 1.3%까지 보는 곳도 있는데, 그 숫자가 나오려면 하반기에 상반기의 두 배 성장해야 한다. 1.7% 내지는 1.9~2.0% 정도 성장해야 하고, 그 주력은 역시 수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상황도 녹록하지는 않다. 이달 1~20일까지 수출이 증가했지만, 조업일수 증가에 따른 착시효과다. 추석 연휴를 고려한 이달 조업일수는 작년 9월보다 0.5일 줄어들기 때문에 9월 수출도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그나마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초 △수출품목 다변화 △수출 지역 다변화 △인프라 보강 △현장 애로 해소 등을 골자로 한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내놔 그 효과에 관심과 기대를 해보고 싶다. 민간·공공 합동으로 연말까지 최대 181조 4000억 원 규모로 무역·수출 금융을 공급하고, 고위험·저신용국 수주 지원을 위해 수출은행 특별계정 2500억 원도 추가 조성한다. 10월 대규모 바이어 초청 박람회도 열고 수출사절단도 파견하며 할랄 수출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상저하고의 ‘하고’에 국민은 수긍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수출이 우리 경제의 면피를 했다 정도의 인식일 듯하다. 그럼에도 의미를 찾고 싶은 점이 있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1선발 투수지만 패전 처리에 등판해 남은 투구를 3K로 마무리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분위기가 살고 그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