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위한 무역규제 촘촘해져
산업별 표준설정…구체적 대응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차원의 논의는 1972년 처음으로 개최된 유엔인간환경회의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 차이로 국제협약에 이르지 못하였다.
1983년 유엔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이 최초로 제시됐다. 이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 38개국이 참여하는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포스트 교토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출범해 2016년 11월에 발효되었다. 파리기후협약은 195개국이 참여한 협약으로 지구의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유지하고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하였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발행한 ‘지구온난화1.5℃ 특별보고서’에서 각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탄소제로’ 혹은 ‘탄소중립’ 상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어도 2010년 대비 45% 감소시켜야 하며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21년 10월 18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를 확정한 바 있다.
EU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바탕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여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에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적용대상 품목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수소 등 6개이며, 2023년 10월부터 준비기간에 들어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계획이다.
2021년 한국의 해당 품목 유럽 수출액은 철강 43억 달러, 알루미늄 5억 달러, 비료 480만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이며, 철강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또한, EU는 유럽 그린딜의 일환으로 2022년 11월에 EU지속가능성 보고지침 (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승인하고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ESRS: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및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 따라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다양한 환경문제(E)와 자사의 임직원, 가치사슬의 노동자, 고객과 최종소비자 등 사회적 문제(S), 그리고 기업문화와 기업정책, 공급자 관계관리, 부패와 뇌물방지, 정치적 영향력과 로비활동 등 기업활동(G)에 대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ESG 공급망실사 적용대상은 대기업부터 시작으로 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직원수 500명 이상의 1그룹과 직원수 250명 이상의 2그룹으로 나누어, 1그룹 적용 2년 후에 2그룹을 적용한다. 최근 국내 대기업과 은행까지도 ESG경영을 선언하는 이유이다.
인류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구환경 보호 조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번 여름에 유례없는 더위와 예측할 수 없는 폭우,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2년전 겨울에는 소빙하기라고 불릴 정도의 가혹한 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내년 여름은 올해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예보를 들으며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2030년까지 40%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행동지침에 따라 실천해 가야 한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업별로 할당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대응 노력을 시작하고 있지만, 중소 중견기업들은 규제대상인 6가지 온실가스가 무엇인지, 내 공장에서 얼마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기부 등 정부기관들은 기업의 ESG경영에 관한 인식에 대한 조사와 전략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산업별로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체에너지 사용, 자원순환, 공급망 관리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산업별 표준을 설정하고 전문가들의 기업별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방안 제시가 시급하다.
미중간의 무역전쟁, 러·우 전쟁으로 촉발된 식량과 자원의 무기화,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어 우리나라의 수출환경이 악화일로에 있고, 중국의 수입규제, 경기침체와 맞물려 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탄소중립시계는 우리나라 무역을 더욱 힘겹게 하는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