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개관을 하루 앞두고 25일 오전 덕수궁 돈덕전이 언론에 공개됐다. 프랑스식으로 건축된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주년을 국제적으로 기념하는 행사인 ‘칭경예식’에 맞춰 1902~1903년에 걸쳐 지은 건축물이다.
돈덕전은 대한제국 외교사절을 접견하고, 해외 공사를 대상으로 연회를 베풀고, 국빈급 외국인의 숙소로 제공되는 등의 ‘교류’ 역할을 수행했다. 때문에 그 존재 자체가 서양 열강과 대등한 근대 국가로서의 면모와 주권 수호 의지를 내세우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일제강점기이던 1921~1926년 사이 헐렸지만, 2015년부터 문화재청이 복원 정비사업 계획을 세워 재건에 나섰다. 2017년 발굴 조사, 2018년 설계를 마쳤고 2019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돈덕전은 덕수궁 내 영국식 건물인 석조전의 오른쪽으로 난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면 만나볼 수 있다.
이날 돈덕전 설명에 나선 박상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독립을 지키려던 당시 대한제국의 가장 큰 숙제는 외국 문물을 빨리 습득하고 외국에 나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었다”면서 “(돈덕전과 상설전시실을 통해) 처절하리만큼 노력했던 당대 외교관들의 삶은 물론이고, 서울에 주재하던 외국 외교관들과의 교류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관 첫날만 볼 수 있는 진관사 태극기 ‘원본’
2층 계단을 오르면 디지털 액자에 복원된 대한제국 대신 민영환, 미국 선교사 호머 헐버트, 미국 공사 출신 윌리엄 샌즈 등 당대의 주목할 만한 3인의 얼굴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형태로 벽면에 전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1888년 1월 초대 주미공사로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주미공사 박정양의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박 학예연구사는 “박정양이 미국에 가자 청나라가 (자신들을 배제한) 독자 외교라고 펄펄 뛰었다”면서 “미국에 도착하면 청나라 공사에 신고하고 그들을 따라다니라고 했지만 박정양은 약 1년 동안 대차게 독립 국가로서의 외교를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개관 첫날인 26일에만 볼 수 있는 진관사 태극기 ‘원본’도 주목할 만하다.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먹으로 덧칠한 것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하던 이들이 진관사에 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27일부터는 원본을 진관사로 돌려보내고 복사본을 전시할 예정이다.
박 학예연구사는 “당시 이 태극기를 보자기로 사용해 그 안에서 ‘독립신문’ 등의 문건 19종이 발견됐다”면서 “진관사에서는 종교적 성물처럼 생각하는 태극기인 만큼 일부 기간만 대여해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돈덕전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최응천 문화재청장, 주한미국 대사를 포함한 각국 대사등 90여 명이 참석하는 개관 기념식 이후 26일부터 일반에 공개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