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문 전 대통령 공세 수위↑
與, ‘문재인 심판론’으로 총선 치른다는 분석
“충심으로 외국에 나가 계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이제 그만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다”(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여권 인사들이 최근 입을 모아 비판하는 인물은 1년여 만에 공식 행보에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을 통째로 지적한 데 이어 귀향해 자리 잡은 경남 양산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야권은 혼란이 빠져들었다. 국민의힘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던 제1야당 대표가 사라지면서 비판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총선이 20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의 다음 타겟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SNS에 “평산책방이 공익사업을 시작했다. 경남도민일보가 고맙게도 좋은 관점으로 잘 써주었다”는 글과 함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보도에는 △하북면 초·중·고 4개 학교 대상 책 꾸러미 선물 △하북면 지산리 5개 마을 경로당 책 읽기 프로그램 △양산지역 동네 책방 6곳과 연대 사업 등 각종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현철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잊힌 사람’으로 살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의 지금 모습은 정작 현실 정치의 한복판에 있다”며 “자신의 ‘공익사업’을 소개하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에 기가 찰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 정치인 문 전 대통령은 당 대표의 구속 위기 및 민주당의 내홍을 보고 있으면서도 이 시점에 공익·연대사업의 보폭을 넓힌다며 또 자화자찬 중”이라며 “대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무게감은 어디 있느냐”고 비꼬았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는 높아지는 추세다. 국민의힘은 19일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으면 통계 조작의 정점이 되는 것, 몰랐다면 청와대 보고 체계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도 하태경·유경준 의원 주최로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사태, 통계 조작 수법과 정상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 소득 통계를 조작했다”며 공세했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여당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기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문 정권의 상징적 대리인은 조국 전 장관”이라며 “조 전 장관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다시 공정의 문제를 끄집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을 통해 윤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을 고무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문 전 대통령도 최근 들어 먼저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퇴임 후 첫 공식행사인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는 보수 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24일 “오염된 정보를 기반으로 주장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과 여권의 대립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대표 체제가 흔들리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설 입지가 커졌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 친명계에서 원내대표 후보들이 나왔지만, 비명계 입장에서는 ‘분당 직전에 해볼 대로 해봐라’ 하는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문 전 대통령이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방문한 것을 두고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리더십에 지장을 주었음을 시사했다.
이른바 ‘문재인 효과’는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이슈다. 지난 총선에서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선거 책사로 나서며 163석 거대 의석을 만들어냈다. 당시 비문(비문재인)으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끌어안으며 ‘원팀’을 만들어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12월 특별사면된 김경수 전 기사의 귀환도 점쳐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잊혀지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로 잊혀질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