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이 작성한 논문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박사학위 예비심사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사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방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 검사에 대한 원심 판단을 파기환송하고, 그와 공모관계인 모 대학교 조교수 A 씨의 상고는 기각했다.
정 검사는 2016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박사과정에서 지도교수 B 씨의 권유에 따라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에 응시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대학원생과 조교들에게 정 검사의 논문을 대신 작성하게 했고 정 검사는 이 논문을 마치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발표했고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에 합격했다.
이후 정 검사는 모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 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임용, 수년간 검찰청 검사로 근무하고 있다.
A 씨 역시 법학 관련 연구 실적을 내기 위해 법학 학술지에 신탁과 관련된 주제로 논문을 개제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대학원생과 강사들을 시켜 A 씨에게 건네줄 논문을 대신 작성하게 했고, A 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논문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법학 학술지에 올리기로 했다.
1심은 정 검사와 A 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피고인들의 가족이 사회지도층의 일원으로서 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입장임에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위에서 비롯된 친분관계를 이용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자신들의 행동을 제대로 뉘우치지도 않는바, 엄히 처벌할 필요가 크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정 검사와 B 씨의 암묵적 공모관계를 인정하고 이들과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설령 지도교수라고 하더라도 단지 이를 수정,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대작(代作)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평가는 물론 지도 자체도 불가능하다”며 “이는 예비심사의 심사 업무 방해에 해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 검사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정 검사가 이 사건 예비심사 과정에서 B 씨에 의한 수정, 보완을 거친 이 사건 예심자료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원장 등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해서 이를 이용하였다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에 대해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논문 저자의 자격 기준, 업무방해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