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변호사 징계 취소됐지만 서비스 개선 과제 남아
변호사 검색 상담 플랫폼이 존재하면 관련 시장 성장률이 최대 70%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법무부가 법률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 징계 처분을 취소하면서 리걸테크 시장의 확대와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간한 ‘변호사 검색 상담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 추정’ 보고서를 통해 변호사 검색 상담 플랫폼의 존재로 법률서비스 시장 규모가 상담 비용 수준에 따라 적게는 18.4%(상담료 1만 원시), 많게는 68.3%(상담료 5만 원시)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 검색 상담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법률 서비스 탐색 자체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변호사 상담료가 평균 10분당 2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플랫폼이 없으면 28.4%의 잠재적 소비자가 변호사를 찾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플랫폼이 존재할 경우 이 비중이 9.8%로 크게 줄어든다. 플랫폼이 존재하면 변호사 서비스를 구하는 소비자 비율이 71.6%에서 90.2%로 18.6%포인트(p) 확대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 경우 변호사 법률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약 26.0% 증대될 것”이라고 봤다.
또 “온라인 변호사 검색 상담 플랫폼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편리성으로 효용이 높아진다”며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적게는 3만5183원에서 많게는 7만6362원까지 효용이 커진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많은 (법률 서비스) 이용자들이 주변에 알고 지내는 변호사가 없어 상당한 탐색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것”이라며 “변호사 이력과 상담 비용, 이용자 후기, 유사 사건 상담사례 등의 정보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게시하는 플랫폼이 이 같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을 더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의 이러한 경제적 가치가 법률서비스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들이 등장해 기존 전문가 단체와 플랫폼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며 “플랫폼은 이용자의 후생을 증대시키고, 전문가 서비스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도구”라고 평가했다. 전문가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이용자와 실력은 있지만, 고객 확보가 어려운 전문가를 거래 시장으로 유도해 이용자와 공급자 그룹 내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3차 심의기일을 열고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가 부적절하다고 결론 냈다.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징계가 모두 취소됐다. 다만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 간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서비스에 해당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인 시각에서 광고비를 많이 낸 변호사를 유능한 변호사로 인식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이번 판단으로 로톡 사태는 일단락이 났지만, 기존 업계와 스타트업 간 유사한 마찰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대한의사협회와 다투고 있고,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한국세무사회(세무사회)와, 부동산 프롭테크인 ‘직방’은 공인중개사 업계와 여전히 갈등 관계에 있다.
강남언니는 미용의료 분야 관련 정보와 후기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힐링페이퍼의 강남언니 서비스가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 광고는 심의기구를 거쳐야 하는데 강남언니의 이용자 후기 역시 의료단체의 사전심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성형수술 비용의 공개 문제도 갈등 요인 중 하나다.
한국세무사회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삼쩜삼 서비스를 불법 세무대리로 보고 있다. 이에 세무사회는 세무대리 소개 알선, 무자격 세무 대리 등을 문제 삼아 자비스앤빌런즈를 고발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자비스앤빌런즈에 대한 검찰 고발을 이어갔다.
업계에선 타다 사태를 겪고도 여전히 기득권 눈치 보기와 규제에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스타트업 성장과 산업계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반복적인 고소 등으로 기업에 흠집이 나면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고, 지표가 꺾여 다음 단계로 진입하지 못해 폐업이나 피봇(사업 모델 전환)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