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심사 방송사 줄었지만 재승인 조건은 급증”
한국 미디어 시장 내 글로벌 OTT 영향력 확대하는데
국내 사업자엔 각종 허가 조건 있어 경쟁력 약화 우려
민영방송의 재허가ㆍ재승인 심사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사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허가 조건들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산업에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방송 사업자들이 각종 허가 조건에 얽매여 경쟁력이 약화하면 글로벌 OTT에 대한 종속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4일 국민의 힘 윤두현 의원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 개선 토론회’에는 윤두현 의원, 김도연 국민대학교 교수,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본부장,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조성동 인하대학교 초빙교수, 김성환 방송통신원회 과장 등이 참석했다.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는 2000년대 초 국민 여론에 직접적,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방송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재허가 여부 등을 결정하고 있다. 심사결과 총점 1000점 중 650점 이상 사업자는 ‘재허가’를, 650점 미만 사업자는 ‘조건부 재허가’ 또는 ‘재허가 거부’를 의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현행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전문가들은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종현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재허가 심사기준을 매체별로 차별화해 법률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현 교수는 “방송산업을 포함하는 국내외 미디어 생태계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심화는 경쟁력있는 콘텐츠 사업자로서 위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적책임의 가치와 내용을 구체화하고, 적용범위와 수준을 재허가 재승인 정책에도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며 우리 나라의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영국은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 편성 비율, 본방송 프로그램 비율, 독립 제작사 편성 비율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고, 일본은 교육 또는 교양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주로 본다”며 “공영 지상파 방송과 차별화해 민영 지상파 방송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뒤지지 않는 콘텐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소유규제,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두현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지난 2010년 43개 방송사를 심사하며 제시한 재승인 조건은 12건이었는데, 2020년엔 심사 대상 방송사가 28개로 줄었음에도 조건은 32건으로 급증했다. 상당수가 명확하지 않거나 법적 근거가 없고, 일부는 방송사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모호하고 과도한 조건을 부과하며 방송 혁신을 가로막고 방송의 독립성을 해치는 현재의 재허가·재승인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방통위는 재허가 제도는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김성한 과장은 “재허가 정책을 통해서 공적 책임 부여 등 방송 사업 활성화에 기여한 건 분명하다. 경영 투명성 확보, 콘텐츠 투자 조건 개선 등의 면에서 민영방송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면서 “재허가 제도의 합리적 개선은 지속해서 이뤄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