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7만명 ‘1조’ 묶인 해외부동산 펀드…시장 침체에 ‘빨간불’

입력 2023-10-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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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53% 내년 만기
"LTV 60%, 건물 가격 20% 하락 시 공모펀드 50% 손실"
유럽 역세권 건물 가격 1분기 이후 25%↓ 맨하탄 오피스 2021년말 대비 22%↓
"개인 투자자 대규모 손실 방지 위해 리파이낸싱 펀드 조성해야"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달 30일 아파트와 빌딩들이 보인다. 베이징/AFP연합뉴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 기로에 놓이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1조 원이 묶인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개인 투자자 2만7187명에게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규모는 1조478억 원으로 집계됐다. 법인 381곳의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규모는 2279억 원으로 파악됐다.

2018년 이후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절반 가량은 당장 내년까지 만기가 찾아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올해 만기 판매액은 2390억 원, 내년은 4365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1조2757억 원의 약 53%에 해당하는 수치다.

윤 의원에 따르면 1순위 채권자는 현지 은행, 국내 펀드는 2순위 채권자로 파악됐다. 담보인정비율(LTV)은 60%로, 건물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공모펀드가 50%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 부동산 시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진 상태다. 각 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배당수익률 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재택 혼합 근무 증가에 따른 오피스 임대 수요 감소로 해외 오피스 매매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1분기 이후 유럽 역세권 건물가격은 25% 이상 내렸다. 유럽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도 60% 감소했다. 재택근무의 여파로 맨하탄 오피스시장 공실률은 2019년말 13% 수준(직접 공실률 10%, 전대 공실률 3%)에서 19.9%(직접 공실률 15.4%, 전대 공실률 4.5%)로 급증했다. 반면 가격은 평방피트(ft²)당 2021년 말 1000달러에서 올해 1분기 778달러로 22.2% 떨어졌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50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KB국민은행(2779억 원), 하나증권(911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4963억 원), 이지스자산운용(4737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926억 원) 순으로 파악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대환대출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모펀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추가 자본 출자로 리파이낸싱 또는 대출만기 연장이 가능하지만, 다수 개인 투자자들로 모집된 공모펀드는 대출만기 연장을 위한 추가 자본 출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의원은 "해외 부동산의 1순위 채권자는 은행이고 국내 공모펀드는 후순위 채권자"라며 "제2의 펀드사태로 확대되지 않도록 리파이낸싱(Refinancing) 펀드를 도입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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