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소진의 원인을 개인에게 찾지 않습니다. 소진은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사회의 질병’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지금은 성과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는 지주와 공장장이 농부와 노동자를 착취했다면, 성과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착취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성과사회의 가장 큰 질병은 ‘소진’이고, 따라서 개인의 질병이 아닌 사회적 질병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저자의 말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성과사회의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라는 말입니다. 저는 그동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외부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성과사회의 피로는 사람들을 개별화시키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라고 하는데, 나의 효용성을 인정받기 위해,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 스스로를 착취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나를 착취하며 사는 사회복지사가, 착취당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현장의 사회복지사를 만나다 보면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본인 스스로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이 되어야 할 거 같은 사회복지사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 평생 함께하고 있는 우울한 감정은 내가 유전적으로 정신병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가족에게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는데, 결국은 성과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열심’이 나를 우울로 이끌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