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 전망에 잔여물량 계약 체결↑
주택경기 침체로 쌓인 건설사들의 장기 미분양 물량 해소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는 지금이 제일 저렴하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과거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던 단지들이 재평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년 이상 미분양 물량을 보유한 단지 가운데 분양률 90% 이상으로 '완판(완전판매)'을 앞둔 단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공급된 '한화 포레나 미아'는 최근 분양을 마감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분양 이후 무순위 청약과 일부 잔여가구에 대한 선착순 분양을 진행했다. 분양 당시 '국민평형'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11억5000만원 대로 고분양가 지적이 나오며 미분양 됐다. 현재는 총 497가구 가운데 10가구 미만의 잔여 물량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 미분양의 대명사로 꼽히는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완판이 임박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분양 이후 9차례 무순위 청약과 최대 4억 원의 할인 분양에도 마감을 하지 못했다. 단지의 최초 분양가는 전용 78㎡ 기준 최고 11억4800만 원으로, 시세 대비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며 분양 마감을 앞두고 있다.
칸타빌 수유 팰리스 분양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아파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달에도 계약이 이뤄지며 지금은 10가구 미만의 잔여분을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 한신더휴'와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역시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분양률 90%에 도달했다. 한신공영이 자체사업으로 진행 중인 두 단지는 각각 2022년 8월, 2021년 11월 모집공고를 냈다. 초기 분양 당시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률 부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속적인 마케팅을 통해 판매량 상향을 이뤘다는 게 한신공영 측의 설명이다.
이러한 미분양 물량 소진 흐름에는 최근 공고해진 분양가 인상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건설 자잿값과 물가 인상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오늘 분양가가 제일 저렴하다'는 인식이 수요자들의 조급함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주택공급 선행 지표인 인허가, 착공 실적이 모두 감소하면서 향후 주택 공급에 경고등이 켜진 점도 계약률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8월 기준 주택 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는 21만2757가구로 지난해 동기(34만7458가구) 대비 38.8% 감소했다. 착공 실적도 반토막 났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11만3892가구로 지난해(26만1193가구)와 비교해 56.4% 쪼그라들었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했던 단지들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로 완판됐다"며 "공사비 인상, 착공 감소로 그때는 비쌌던 분양가가 지금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미분양 물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라고 했다.
B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신규 분양을 접고 미분양 물량 판촉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사업을 진행했다"며 "지방에서도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분위기가 있어서 입지가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미계약 물량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