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향후 시장 불황을 벗어나 반등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조치를 무기한으로 연장하면서 중국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 여전히 가드레일 규제가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큰 걸림돌은 아니라는 평가다. 여기에 그간 하락하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도 점쳐지면서 연말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도 점쳐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중국에 대한 시장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장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공식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 조치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기업에 미국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면서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1년 간 유예해 곧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추가 조치로 사실상 규제 조치가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발표로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 중국 리스크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 지원 기업에 대한 ‘가드레일’ 조항이 여전히 남았다. 미국은 최근 중국 내 생산 능력, 즉 웨이퍼 투입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가드레일 조항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28나노 미만 시스템 반도체(로직) 경우 10년 간 5% 이상 웨이퍼 투입이 제한된다.
다만 업계에선 가드레일 조항이 당장은 우리나라 기업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가드레일 조항 리스크는 시장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금은 웨이퍼 투입량 감산 중이라 1~2년 정도는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현재는 수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업그레이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그간 중국의 반도체 성장을 막으려 규제를 강화해왔다”면서도 “이번 규제 연장 유예 조치는 향후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그널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제적 리스크 해소 분위기 속 삼성전자는 오는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인상해 시장에서 완벽하게 공급자 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각각 1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감산 정책 효과와 더불어 반등할 조짐을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일컫는 D램 범용 제품 ‘DDR4 8Gb 2666’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518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4일 1.448달러고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는데 한 달 사이에 4.83% 오른 것이다.
업계 분위기도 좋다. 지난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더불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빅3'로 불리는 마이크론의 4분기(6~8월) 실적이 발표됐는데, 적자폭이 전 분기 대비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도체 시장 불황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우상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반도체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많아 부진이 계속됐다”면서도 “지금은 다시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연말이면 삼성전자 등 공급자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