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한국거래소의 시장조성자 업무에 나선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거래소와 시장조성자 계약을 맺어 4일부터 해당 업무를 진행 중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8월 거래소가 진행한 시장조성자 모집에 신청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시장조성자 업무에 모두 참여하기로 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시장조성자)가 거래량이 부족한 저‧중 유동성 종목에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증권사가 비어있는 호가를 촘촘히 하면서 해당 종목들의 매매를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3분기 기준 거래소에 시장조성자로 등록된 증권사는 코스피 시장의 경우 △NH투자증권 △한국IMC증권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DB금융투자 △신영증권 △한국IMC증권 △교보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 업무를 점차 중단하고 있는 데 반해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행보는 업계에 파장을 주고 있다.
실제 2분기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하이투자증권은 코스닥 시장에서 시장조성업무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는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시장조성자 업무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이미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분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분기 의무충족 종목이 없다. 시장조성자 업무는 증권사가 의무충족 비율을 채우지 않으면 자동으로 자격을 상실한다. 사실상 계약이 해지되는 셈이다.
증권사 대다수가 시장조성자 업무에서 손을 떼는 이유는 업무량과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에 비해 거래소에서 받는 수익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업무 중단 여부에 대해 회사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사항이라 증권사끼리 서로 눈치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과징금 이슈도 증권사에 위험부담으로 여겨져 부담이다. 2021년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 증권사에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어서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수익보단 공익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시장조성자 업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 시장에 도입돼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제도 활성화에 나설 곳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꼭 수익성을 보고 이번에 시장조성자 업무에 나선 건 아니다”라며 “자본시장에서 대형 증권사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증권사들이 연이어 시장조성자 업무에서 손을 떼면서 저유동성 종목에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업무가 과징금 이슈로 지난해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돼 분기 의무충족 비율이 아직 낮을 뿐, 업무를 진행 중인 증권사들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이번 계약 해지 건이 시장 내 유동성이나 거래량에는 크게 영향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