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반도체 감산 효과 4분기부터… 내년 흑자전환 할 것” [이슈&인물]

입력 2023-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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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이 중심으로 시장전환 예상
'속도'가 경쟁력... 규제완화 절실해
산업 육성할 반도체특별법 마련을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가 12일 경기 판교에 위치한 협회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내년쯤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본지는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와 만나 향후 국내 반도체 시장 전망을 살폈다.

안 전무는 “D램 특정 품목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반등 조짐이 보인다”며 “내년 1분기부터는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흑자 전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됐는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향후 시장 개선 분위기가 점쳐진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6000억 원대에 그친 1, 2분기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인 게 호실적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무는 향후 반도체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은 속도”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 인허가를 풀어주고, 환경·안전·노동·고용 등 여러 부분에서 규제를 완화해주는 ‘반도체 특별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안 전무와의 일문일답.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가 12일 경기 판교에 위치한 협회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Q.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 관측이 나오고,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도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향후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본격적으로 반도체 감산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다만 수요가 있어 전체적인 수출 금액은 7월 이후부터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보면 90억 달러를, 12월에는 1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초 올해 수출 목표가 1000억 달러였는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생각보다 적어 이보다는 못 미칠 것 같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D램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Q.연말부터 시장이 반등할까.

특정 품목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반등의 조짐은 보인다. 특히 AI에 직접 사용되는 D램의 반등이 빠르다. 향후 다시 고정거래 계약할 때 더 가격을 더 높여 계약할 것 같다. D램 먼저 오르고, 낸드플래시가 뒤따라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감산 효과는 4분기부터 나기 시작해 내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Q.내년부터는 다시 호황을 맞는다는 것인가.

호황이라는 표현처럼 불이 붙는 건 2025년 정도에야 가능할 것 같다. 아마 2017~18년처럼 단기간 폭발적으로 많아질 수는 없을 것 같다. TSMC나 삼성전자의 생산 능력도 함께 높아져야 하는데 이게 갑자기 확 늘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내년 1분기부터는 우리 기업들이 확실히 흑자 전환할 것 같다. 올해 4분기 흑자 전환은 의문이다. 연초에는 8~9월 정도면 반등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생각보다 부진해 지금은 잘 모르겠다.

Q.반도체 시장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 번째는 스마트폰으로 비롯되는 실물경제다. 다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오래 쓰고, 여유가 없으면 굳이 바꾸지 않는다. 두 번째는 공급이다. 그러나 수요가 많아진다고 해서 공급이 늘진 않는다. 내년은 물량이 감소한 상황 그대로 가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가격 회복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Q.스마트폰이 실물경제라고 했는데, 과연 예전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보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은 지금 주도 주가 아니다. 모바일은 끝났다고 보고, 이제는 자율주행 자동차 등 모빌리티가 주도할 것 같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안전성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대비 D램,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가 10배 정도 이상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결국 반도체 시장은 이러한 모빌리티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Q.최근 미국이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 조치를 유예했다. 다만 여전히 가드레일 조항은 유지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하나.

이번 조치로 불확실성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리스크도 없어졌다고 본다. 가드레일 조항도 현재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해당 조항에 따라 첨단 반도체의 경우 10년간 웨이퍼 투입량을 5%로 제한했는데, 기술 업그레이드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이 조항 자체는 당장 큰 문제는 없다고 평가된다.

Q.최근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을 추진하는데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두 회사는 낸드플래시만 다루는 회사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경쟁사들이 많다. 이번 이들의 합병은 이 시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다룬다. 특히 D램이 비중이 높고, 돈이 더 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반도체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기업을 넘어 국가 간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잘 대비하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금은 ‘간절함’이 중요한데, 간절함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다른 나라들이 잘하면 경쟁력에서 밀려 없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반도체가 10년 뒤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향후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설계와 제조의 연결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 대만에서는 자국의 팹리스가 자국의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 이처럼 서로 원팀을 만들어야 한다. 또 사실 우리나라가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수요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국내 소부장을 사용하게끔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거나 R&D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Q.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속도’다. 그러나 각종 인허가, 지역 이기주의 등 여러 문제에 가로막혀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러한 인허가, 지역 이기주의를 포함해 환경, 안전, 노동, 고용 등 여러 부분에서 규제를 완화해주는 반도체 특별법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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